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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읓 May 04. 2023

시라오이로 가는 길 (8)

가는 길, 온통 하스캅 열매 

아침 9시, 시라오이로 가기 위해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토마코마이 역으로 출발했다. 시라오이에 갔다가 다시 길을 돌아 삿포로로 가는 꽤 바쁜 일정이었다. 

토마코마이 관광안내소의 하스캅 제품들과 시 마스코트 토마춉(とまチョップ)

마지막으로 토마코마이를 떠나기 전, 역 옆의 건물에 있는 토마코마이 관광안내소에 들렀다. 건물 안에는 시 마스코트인 토마춉(とまチョップ)이 그려진 맨홀 뚜껑이 전시돼 있었다. 토마코마이를 대표하는 스포츠 아이스하키와 함께 토마춉은 하스캅 열매를 목에 달고, 꼬리에는 창포꽃이, 머리에는 함박조개인 홋키를 쓴 백조 모습의 마스코트였다. 


색깔이 가득 들어간 오수 맨홀 뚜껑은 맨홀이란 생각이 안 들게 아기자기한 모습이었다. 그 맞은편에는 아이누 전통 복장을 한 토마춉이 의자에 앉아서 아이누 문화를 홍보했다.

안내소 안에는 여러 가지 캐릭터 상품과 하스캅 코너가 조성돼 있었다. 각종 애니메이션의 포스터나 등신대도 전시돼 있었고, 캔배지를 팔기도 했다. 다양한 상품들 속에서 나는 하스캅맛 아메센(あめせん, 사탕전병. 전병과 전병 사이 물엿을 넣은 것)이 궁금해서 하나 샀다. 그리고 작은 뽑기 기계에서 배지를 하나 뽑기도 했다. 방금 봤던 맨홀 모양과 똑같은 배지였다. 

편의점의 토산품 코너. 그리고 바움쿠헨 풍의 러스크 "피리카노 카나데(아름다운 연주)".

JR 무로란 선을 타고 이동하는 토마코마이에서 시라오이까지의 요금은 540엔(한화로 약 5,400원)이었다. 전철 시간표를 보니 열차가 오기까지는 몇십 분 기다려야 했다. 개찰구로 들어가기 전 구내의 세븐일레븐에 들렀다. 다른 지역과 차별성이 있는 각종 토산품들이 풍부했다. 그중에 "피리카노 카나데"라는 이름의 바움쿠헨 러스크가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움, 좋음을 뜻하는 아이누어인 피리카(pirka, ピリカ)와 연주를 뜻하는 일본어인 카나데(奏)로 이루어진 제품명이 되겠다. 아름다운 연주. 좋은 이름이었다. 러스크를 사고 나서 나중에 먹으려고 가방 속에 넣어 두었다.

토마코마이 역

홋카이도의 전철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몇 량 안 되는 전철이 들어와서, 문에 달린 버튼을 누르자 문이 열렸다. 마치 소형 무궁화호 열차처럼 화장실도 있었다. 밖에서 보기엔 짧았지만 안은 굉장히 쾌적했다. 

지나는 역들은 대부분 무인 간이역이었다. 홋카이도의 역들은 그렇게 황량할 데가 없었다. 이따금 번듯한 역사(驛舍)도 없는 작은 역에서 타는 사람은, 개찰구가 아닌 전철 안의 열차표를 뽑고 탔다. 거의 버스나 다름없는 시스템이었다. 

시라오이 역

시라오이에 들어서자 "우포포이 민족공생상징공간 앞"이란 꼬리표가 달린 안내방송이 나왔다. 시라오이 역은 우포포이 박물관이 개관한 이래로 많은 부분이 신설되고 정비되었다. 개찰구 대신 역무원이 직접 기차표를 수거해 가는 건 꽤 구시대적이었지만, 나름 복고풍의 정취가 있었다. 대개 관광객들이 이 역에서 하차하는 듯했다. 

그냥 듣기엔 시라오이는 꽤 예쁜 지명인 것 같았는데, 아이누어로는 "등에가 날리는 곳"인 시라우오이(siraw-o-i, シラオイ)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얼마나 날렸으면 지역 이름을 등에가 날리는 곳이라고 불렀을까. 아직 홋카이도가 겨울인 기간에 와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민족공생의 인물 마츠우라 타케시로(松浦武四郎)

우포포이로 가는 길목에는 에도 막부 말기의 탐험가인 마츠우라 타케시로를 기리는 비석이 있었다. 처음에 언급한 적 있다시피, 지금의 홋카이도란 명칭을 지은 사람이다. 비석은 2014년에 건립한 것이었다. 한국어로 옮기면 비문은 이렇다.


■ 민족공생의 인물 마츠우라 타케시로


마츠우라 타케시로는 에도 막부 말기에 아이누 민족과 교류하며, 현대에 아이누 문화를 전하는 것 등 많은 업적을 남긴 휴머니즘 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출생은 이세국 스가와무라(현재의 미에현 마츠자카시). 소년 시절부터 사람들의 따뜻함을 느끼면서, 전국을 여행하며 풍부한 지식과 진실을 간파하는 힘을 길러, 1845년에 아이누 모시리(에조치)에 처음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리고 이 땅에 살아가는 아이누 민족 고유의 문화에 깊이 빠졌습니다. 그는 아이누 민족의 신뢰를 받으면서 꿈과 정열과 권력에 대항하는 반골정신을 가슴에 품고, 총 6회, 대략 이만 킬로미터를 답사했습니다. 


이 탐험의 기록은 151권의 서물로 정리해, 그중 5회 방문한 시라오이의 모습은 "초항에조일지권지칠 初航蝦夷日誌卷之七", "안동호종권지오 按東扈従卷之五", "정기동서에조산천지리 취조일지 사루베츠일지 丁己東西蝦夷山川地理取調日誌 於沙流別日誌", "동에조일지이편 東蝦夷日誌 弐編"에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메이지 유신을 맞이하고 개척사의 판관을 맡은 타케시로는 에조치를 대신할 명칭으로써 예로부터 아이누 민족이 살아온 북쪽의 대지라는 생각을 담아 홋카이도(北加伊道/북가이도)를 제안, 거기서 홋카이도(北海道/북해도)의 이름이 탄생했습니다. 덧붙여 아이누어 지명을 바탕으로 관청이나 도명의 선정에 맞추는 등, 타케시로는 아이누 민족과 화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목적으로 행동한 민족공생의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헤이세이 26년(2014년) 10월 시라오이쵸장 토다 야스히코 






2023.04.05 가다

2023.04.17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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