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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탸처럼 살고 싶지만

by 어효선

술을 끊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술이 주던 안정제 역할을 정신과 약이 하고 있고 즐거움은 확연히 줄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만약 지금까지 술을 계속 마시고 있었다면 삶은 더욱 불행했을 거다. 한탸-책 [너무 시끄러운 고독]의 주인공-처럼 매일 취해 있었을 것 같다. 이 술집에서 저 술집으로 옮겨 다니며 마시고 또 마셔 댔겠지. 그렇게 나 자신도 잊어버렸겠지. 끔찍한 일이다. 뭐 지금은 카페인 중독이라 이 카페, 저 카페로 옮겨 다니며 동네에 안 가본 카페가 거의 없을 정도지만. 알코올보다 카페인 중독이 낫겠지.

누군가 뭐가 그렇게 괴롭냐고 묻는다면 딱히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몇몇 사건들이 떠오르긴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그것을 비디오처럼 재생시키는 것은 나 자신이고. 죄책감, 수치심, 슬픔, 후회, 괴로움이 가득한 유년시절. 내가 그들을, 그리고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어린 내가 나쁘면 얼마나 나빴다고. 평생 용서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겠지. 좀만 봐줘. 그래야 앞으로 더 살아갈 수 있지.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까. 괴로웠던 만큼 행복할 거라고. 외로웠던 만큼 가득 채워질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도. 그런 희망이라도 품고 살아야 남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언젠가 좋은 날 오겠지. 살다 보면 그런 날 오겠지.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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