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왜냐면 아직 살아있으니까. 하루하루 용기를 내어 살아가고 있다. 지금 살아있는 모두가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지금 정신과적 질병을 이겨내기 위해 치료를 받거나 스스로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대단한 일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병이 만성이 되기 전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두려움 때문에 한 발짝도 나설 수 없을 때, 무기력 때문에 손하나 까딱하는 것도 힘들 때, 깊은 슬픔 때문에 물먹은 솜처럼 축축하고 온몸이 무거울 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고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힘을 짜내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그런 자신에게 지금 잘하고 있다고,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다독여주었으면 좋겠다. 힘을 회복할 때까지는 스스로를 몰아붙이거나 무리해서 일을 하지 않길 바란다. 몸과 마음의 병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생이 있다면 조금 더 행복하기를 바라 본다. 이번 생에는 어떤 고난이든 다 받아들일 테니, 다음 생은 조금 편안했으면. 이번 생이 힘들다고 못 견디고 끝내 버리면 다음 생도 힘들 것 같다. 쌓인 업이 있다면 풀 수 있는 만큼 현생에서 풀고 갔으면 좋겠다. 앞으로 인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좋은 일도 하고, 착한 일도 하고, 솔직하고, 많이 사랑하자고 다짐한다.
그렇다고 좋은 일만 하는 삶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말이든 행동이든 남에게 상처 주고 괴롭게 한 일도 있다.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최대한 그런 일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겠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나이 때문에 조급하게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다. 노력은 하겠지만 마음이 안 생기는데 억지로 만날 수는 없는 거다. 이번 생에 반려자 인연이 있다면 만날 것이고 없으면 혼자 사는 거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면 비슷하게 건강한 사람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한다. 물론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나처럼 비슷하게 아픈 사람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 아픈 사람끼리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두려워도 한걸음한걸음 천천히 나아가자. 아픈 몸을 이끌고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자. 다 낫든 낫지 않든 그것보다 중요한 건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삶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곳이 가장 좋은 곳이리라 믿는다. 내가 여기에서 깨닫기 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