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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

by 어효선

이렇게 죽을 순 없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다시 슬프다. 어제는 이렇지 않았다. 내가 나를 잘 돌보지 못한 탓이다. 용기가 없는 건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힘든 거다.

왜 나는 내가 살아있기 충분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어쩐지 잘못 태어난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왜 그러는 걸까?

내가 태어나서 살아있고. 원하는 건 뭘까. 난 무얼 원하는 걸까.

가끔은 너무 미안하다. 누구누구에게. 나는 누구에게 담배 같은 존재는 아닐까. 그 사람을 아프게 만드는. 내 존재는 누구를 아프게 하는. 나는 사라져야 할 것만 같다. 오래전부터 나는 숨고 싶었고 나의 존재를 가리고 싶었다.

나는 당당하지 못하다. 나를 원하는 이는 없을 거라고… 하지만 그는 진심이었을까. 내게. 나를 진짜로 사랑하고 가치 있게 여겼을까?

나에게 닥칠 불행이 두려워. 작은 것도 버거워. 엄살이라고 하든, 겁쟁이라고 하든 마음대로 생각해도 되는데, 이런 게 나라는 게 나도 사실 싫은데, 그렇다고 버릴 수는 없으니, 끝까지 나는 나를 데리고 가야 한다. 나만은 어떻게 되든 내가 책임져야 한다. 그러고 싶고 그럴 것이다. 도와주세요. 부디 그럴 수 있도록.

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니. 남과 비교하지 말고 생각해 봐. 존재는 모두 아름다워. 사는 게 너무 힘들다 싶으면 잠깐 다른 사람을 봐. 살아있는 사람들. 살아가는 사람들.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시작하는 거야.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시도하는 거야. 그러다 끝나는 삶일지라도 충분히 살아있어야 할 이유가 될 거야.

선한 영향력 이런 건 신경 쓰지 마. 그냥 존재하는 거야. 언젠가 사라질 모든 것. 아무 의미 없는 길바닥 낙엽처럼. 의미 부여하지 말고 그냥 존재하는 거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나는 살아있다. 나는 벽에 그려진 그림이 아니다. 나는 움직인다. 그리고 숨을 쉰다. 살아있으니 사는 거라고,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다. 사는 동안 해야 할 일을 하자. 울면서도 할 일을 해 나가자. 그건 바로 살아있는 일이다. 나는 살아있고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살아있는 동안은 살아가는 거다. 살아있다. 아직까지는.

죽고 싶은 유혹은 언제나 따라다니지만 혼란스럽게 망설이고 고민할 정도는 아니다. 나에게는 총도 없고, 겁이 많고, 실행력도 매우 낮다. 술도 끊었다.

그래서 나는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내가 죽으면 몇몇의 기억 속에 남겠지. 괴로운 기억으로 남지 않도록 그렇게만 살자. 남에게 폐 끼치지 말고. 괴롭히지 말고. 평화롭고 고요한 느낌이길 바란다. 살아있는 동안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보다. 죽었을 때 그런 기억으로 남길 바라는 걸 보면.

‘힘내’라는 말은 물에 닿는 솜사탕처럼 나에게 닿자마자 사르르 녹아버린다. 그런 말은 소용이 없다. 그래도 어쩌나 그 말을 들을 수밖에.

‘사랑해’라는 말은 또 하고 싶다. 진심으로 그 말을 할 날이 또 왔으면 좋겠다. 진심이었다고 믿으니까 그 말을 잡고 놓지 않을 것이다. 그 기억으로 라도 살아갈 것이다. 그러고 싶다. 존재는 사라져도 사랑은 남을 것이다. 그게 그나마의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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