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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힘

by 어효선

과일 케이크 맛집이라고 해서 왔는데 품절이다. 아쉬운 대로 바스크치즈케이크를 주문했다. 부드럽고 맛있다. 오랜만에 카페에서 여유롭게 글을 쓴다. 일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가고 이사한 집도 적응이 되어 간다. 살아보니 주방이 작아서 불편하다. 다음에 방을 구하게 되면 참고해야겠다.

집 근처 달리기 하기 좋은 길이 있어서 이번 주는 일요일, 화요일, 목요일 달리고 오늘 토요일 산을 달렸는데 피곤하고 힘들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니까 뿌듯하고 좋다. 그런데 살이 안 빠진다. 직장 밥이 너무 맛있어서 그런가. 많이 먹지는 않은 것 같은데. 최근 먹은 음식이 돈가스, 탕수육, 쫄면, 삼겹살… 살이 찔 만한 것 같다. 아침, 저녁이라도 식단을 좀 잘해야겠다.

요즘 구름 모양도 아름답고 하늘 색도 정말 예쁘다. 오늘 산 타면서 풍경이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산을 오를 때는 힘들지만 오르기 위해 노력한 과정이 뿌듯하고 오르고 나서 산 아래 펼쳐진 풍경을 보면 힐링이 된다. 체력이 좋아져서 더 길게 완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직장에서 아침마다 하루 열기라는 시간이 있는데 청소년 아이들과 함께 40분 정도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탄다. 그 시간도 의미 있고 좋다. 아이들은 하기 싫어하지만. 매주 수요일은 내 담당 과목인 체육 시간이 있는 날이다. 비가 안 오면 주로 아이들과 근처 치악산 둘레길 걷기를 한다. 몸을 많이 쓰도록 해서 육체적, 신체적인 건강을 향상하려고 한다.

곧 추석이다. 이번엔 추석 연휴가 길다. 이 기간에 직장 통합기행 답사를 다녀와야 한다. 혼자 가는 게 편할 거 같아서 혼자 다녀오려고 한다. 쉬는 날 출장을 가는 건 좀 그렇지만 그래도 그때밖에 시간이 안될 것 같아서 기차 타고 경주까지, 경주에서 포항까지, 버스 타고 포항 호미반도해안둘레길 시작점까지 가야 한다. 1코스 연오랑세오녀길, 2코스 선바우길, 3코스 구룡소길, 4코스 호미길, 해파랑길 14코스 약 30km 정도 코스를 걸어야 한다. 하루 가지고 안 될 것 같아서 자고 올지 고민이다. 걸을 때 위험한 길이 있는지, 아이들이 걷기에 안전한지 알아보고 근처에 체험활동 할 것이 있는지, 식당은 어떤 음식점이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잘 다녀올 수 있기를.

각자의 시간이 있다는 것을 믿고 싶다. 나는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라고. 그걸 아무도 나무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운명의 상대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승진을 하고 전문성을 높이는 공부가 더 필요하면 대학원을 가고 내 집 마련을 하고. 언젠가는 나도 이룰 수 있을까? 36세인 지금도 늦었다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평생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내 삶이 의미 없느냐? 그건 아니다. 나름대로 의미 있게 살아가고자 애쓰고 있다. 무거운 짐은 내려놓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음속에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이 있다. 그것들이 지금의 삶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뭘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하겠지. 상담도 받을까? 상담비가 너무 비싸서 부담스럽다. 우울이 좀 나아진 거 같기는 한데 아직도 가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아무것도 할 기운이 없고 무기력할 때도 있다. 그래도 힘을 내서 살아가고 있다.

엊그제 25일 날 새로운 직장에서 첫 월급을 받았다.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의식주를 내 힘으로 해 나가고 있다는 건 칭찬할 일이다. 늘 부족한 사람이라 여겼는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부족하나마 제 몫을 해내고 있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 같다. 자신감 갖고 당당하게 일하고 나를 아끼며 살고 싶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모두가 지혜로운 어른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아직도 ‘착한 아이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다. 착한 거 빼면 내세울 게 없어서 그런 건지. 착하다는 걸로 방어하고 싶은 성격이 있는 건지. 양심도 강박적으로 지키려고 했던 것 같다. 그걸 나만 하면 되는데 가까운 대상에게 강요하고 지키지 않으면 비난했다. 나도, 상대방도 힘들게 했다. 일부러 나빠질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늘 착할 필요도 없다. 그보다 할 일을 해내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소중한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하다. 나를 걱정하고 아껴주고 챙겨주는 사람들의 존재는 살아갈 힘을 준다. 나도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란다. 2025. 0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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