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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연어 Jun 12. 2020

(사업자금) 돈 없이도 신용으로
물건 사는 외상 매입처

< 현금 없어도 사업을 할 수 있다? >



매출이 늘어도 돈 걱정 없는 외상 매입처 


고객사가 늘면 매출이 올라갑니다. 이와 비례해서 운영자금도 계속해서 늘어나게 되는데 자금을 융통하는 일이 사업자에겐 늘 중차대한 일입니다. 돈이 모자라면 은행에 담보대출을 받던지, 지인에게 빌리던지 어디서든 구해 와야 합니다. 발주를 받고도 매입자금이 없어서 물건을 살 수 없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또한 고객사의 오더에 응대하지 못해서 신용에도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원활한 자금운영을 위해선 정부나 지자제의 지원금을 신청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신경 쓰지 않고 일하려면 외상으로 물건을 사 오는 매입처를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고객(기업)은 각자의 결제조건이 있습니다. 당월 결제, 익월 결제 등 회사마다 결제일이 다릅니다. 매입을 한 후 고객사에 제품을 납품하고 대금을 받기 전까지 회전하는 자금이 필요합니다. 줄 돈, 받을 돈의 간격을 맞추는 게 운영자금입니다. 매출이 는다고 매번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이럴 때 여신 매입처는 효자노릇을 합니다. 그러나 아무나 처음부터 외상으로 제품을 내주지는 않습니다. 

외상거래는 거래실적과 신용이 있어야만 제공되는 일종의 VIP 서비스 인 셈입니다.      


처음 삼천만 원을 운영자금으로 손에 쥐고 사업을 시작할 때는 통장에 잔고가 남을 때가 많았습니다. 매출이 없을 때라 판매자금이 별로 필요치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사업을 하는 친구가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빌려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나 거래처가 늘면서 자금이 필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매입처에 꼬박꼬박 현금 주고 구매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 오픈마켓을 통한 카드 구매도 가능하지만 당시는 물건을 사려면 대부분 현금이 필요했습니다. 여신 매입처도 없는 상황이라 발주가 나면 자금융통이 먼저 걱정되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에서 대출도 받았고, 서울시 신용보증재단의 소상공인 자금을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출받은 돈이 금세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게 없어졌습니다. 



돈 없이도 판매가 가능한 유통구조가 절실히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1) 제품별 여신 매입처 만들기

2) 같은 제품군에서도 복수의 매입처를 가져가라 


저의 주요 취급품목인 컴퓨터의 경우에 삼성, LG, HP, 델 등 제조사별 총판업체를 모두 여신(외상) 매입처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브랜드라도 복수의 여신 매입처를 가져갑니다. 한 매입처에 여신금액이 많이 누적될 경우 다른 업체로 분산시키기도 하고 매입처끼리 비교해서 구매단가를 낮추기도 합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나 서버, 부품, 장비 등 종류별로 여신 매입처가 있습니다. 고객이 발주한 제품에 대해서 분야별로 다양한 매입처가 확보되어 있어야만 원활한 제품 수급과 경쟁력 있는 단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입처들이 수시로 자신들이 보유한 제품의 재고장을 보내주니 고객사에 제안하기도 용이합니다. 또한 대량 납품이나 복잡한 설치 건이 생기면 혼자서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는 데 이럴 때 매입처 직원들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물론 별도의 비용 지출 없이 제공받는 서비스입니다.    



'평소에 꾸준히 만들어 놔야 하는' 외상(여신) 매입처


어느 날 갑자기 구매하는데 돈은 나중에 줄 테니 물건 먼저 달라고 해서 줄 업체는 없습니다. 신규 고객 늘리는데만 신경 쓰고 제품을 사 오는 매입처를 확보해놓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운영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여신 매입처를 만들 때는 일단 상품별로 유명한 총판업체를 몇 군데 정도 조사합니다. 그리고 매입처 담당에게 여신을 줄 수 있는지 체크 해두길 바랍니다. 보통 거래실적이 없으니 첫 거래는 현금결제를 하지만 몇 번의 거래를 하게 되면 신용을 봐가며 외상거래를 터줍니다. 그리고 거래금액이 클 경우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합니다. 가끔 담보나 연대보증인을 적으라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요식행위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식으로 품목마다 매입처를 계속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제 고객사에서 발주가 나면 외상으로 물건을 들여오고 고객사의 결제가 완료되면 그 돈으로 매입 제품 대금을 결제하면 되니 자금이 안 들어가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둔 여신 매입처는 '대출을 받는 경우와 같은 효과'를 봅니다. 

경우에 따라 인력지원이나 업무협조까지 받으니 그 이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업은 동반자와 함께 가는 길


삼성 컴퓨터 총판인 A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재고장을 보내옵니다. 저는 그중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고객사에 제안하거나 고객이 요청한 제품을 거꾸로 매입처에 요구하기도 합니다. 고객사는 발주한 제품에 대해서 부품 추가나 프로그램 설치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A사의 담당에게 업무협조를 하면 저의 요청대로 작업을 대신해줍니다. 그리고 필요시에는 원하는 장소에 납품까지 해주니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 고객사의 물품대금은 현금결제로 이루어지는데 일부 고객사는 전자어음이나 전자방식 외담대로 대금결제를 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도 받은 전자어음을 A사로 배서하면 매입대금으로 처리해 줍니다. 전자어음이나 외담대의 겨우 만기일 전에 사용하려면 대출이자를 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편의를 봐주니 자금운영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현금 없이도 이 모든 과정이 신용으로 이루어집니다. 

제가 19년을 해올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도 이런 여신 매입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닭(고객)도 중요하고
계란(매입처)도 중요하고


고객은 늘 고마운 존재입니다. 고객 때문에 먹고 사니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전화통화를 하거나 직접 만나거나 자연스레 공손해(?) 집니다. 갑을관계라 할 수 있지만 그들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기에 진심에서 우러납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물건을 사 오는 매입처에도 생겨야 된다는 것입니다. 매입처가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으로 우리에게 넘겨줘야 그 상품을 무기로 나가서 팔 수 있습니다. 보통은 고객사만 신경 쓰고 매입처 관리는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둘 다 중요한 거래처로 생각하고 꾸준히 관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경쟁력 있는 가격과 업무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평상시에 매입처 담당과 밥을 먹거나 미팅을 하거나 틈틈이 교류를 해두기를 바랍니다. 명절 때 가벼운 선물 하나라도 챙겨준다면 감동은 두배가 될 것입니다. 


그들이 있어야 우리가 커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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