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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 Mar 22. 2024

나는 특수교사입니다.

그림책『나는 지하철입니다』를 읽고

매일 같은 시간, 매일 같은 길을 달리는 지하철 끝없이 이어지는 길
마디마디마다 사람들을 싣고 내리는 지하철은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나는 지하철입니다』 그림책에는 한강을 건너고, 땅 위와 아래를 오르내리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매일 어디에선가 와서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이 있다. 학창 시절 달리기 선수였던 완주 씨, 제주 해녀 할머니, 수선공 재성 아저씨, 학원 가는 나윤이, 판매상 구공철 씨, 청년 이도영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귀 기울여 듣는 지하철이 있듯이 나를 직장으로 이동시켜 주는 차 안에서 내 일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는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학생을 가르치는 특수교사다. 장애 등의 이유로 교육적 요구가 특별한 학생들을 지도한다. 학부 시절 특수교육 교육과정, 교수법, 장애학 등을 배우며 실습으로 아이들을 만났다. 그 시절을 통과하며 특수교사로서의 꿈을 꿨다. 

‘나와 함께 한 시간이 학생들의 삶에 작은 영향이라도 끼치는 시간이면 좋겠다.’라는 꿈. 

열심히 공부했고, 임용고시 합격, 발령까지 이루어지는 그때는 내 꿈을 펼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설렜다.


2003년 한 중소도시의 초등학교 특수학급 담임교사로 발령받았다. 지금은 120여 개의 특수학급이 있지만, 당시에는 11개뿐이었고 특수교육대상학생의 수가 적었다. 그만큼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 낮았다. 그래서였을까? 학교에서 만난 동료 교사(특수교육대상학생의 담임교사), 관리자들의 장애 학생에 대한 이해는 ‘다름을 인정해’보다 ‘다르니까 몰라’였다.      


"특수교육을 전공하지 않았는데 장애 학생이 학급에 있으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어."

"담임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난 통합학급은 맡지 않아."

"장애 학생들은 특수학교에 가야 하지 않아?"

    

특수교육대상학생의 통합교육을 시행하기 위해 특수학급이 설치되었으므로 특수교사는 학생의 개별화교육이 필요한 교과목만 분리해 특수학급에서 지도한다. 내 반 아이들의 학습 지도뿐만 아니라 원적 학급(학생이 소속된 학년 반)에서의 학습지원, 학급 구성원의 통합교육, 방과후교육 등 전반적인 학교생활을 지원하는 업무로 다양한 생각의 사람들을 만나고 협조를 구한다.    

 

"도움반 선생님, 수민이 때문에 피구 경기에서 졌어요."

"영재가 도움반 가면 뭐 해요? 공부 안 하고 놀죠?"

"아직 한글도 다 알지 못하는데 사회시간에 우리 반에 있는 게 얼마나 힘들까요? 특수학급에서 계속 공부하는 게 낫지 않아요?"

"집 가까운 학교 가지 않고 특수학급 있는 곳에 부모가 원해서 전학했는데 교통비도 줘? 우리나라 돈 많은가 봐."

"지도사님, 학부모님께서 1학년 2반 도훈이 교내 방과후수업인 창의 미술을 신청하신대요. 지도사님께서 방과후수업을 지원부탁드려요."

......     


함께하기에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당연한 것조차 부탁하는 일이 1년, 2년 경력만큼 늘어났다. 내일 만날 아이들과 어떻게 지낼까에 대한 기대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시선에 작아진 나를 보며 <특수>라는 말이 차라리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학교에서 나이를 먹는 것만큼 세상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생겼고, 학교, 대중매체 등 다양한 장애 인식개선 교육효과로 장애 차별적 발언이나 행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차별은 존재하기 마련, 그로 인해 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특수>라는 글자가 주는 갑갑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림책 『나는 지하철입니다』 는 저마다의 보이지 않는 사연을 지하철에 가득 싣고 다닌다. 늦은 출근과 이른 퇴근을 위해 달리는 완주 씨, 딸과 손녀에게 줄 문어와 전복을 잡아 뭍으로 올라온 복순 씨, 무거운 가방만큼 축 처진 나윤이, 뭐든지 파는 공철 씨, 목적지를 고민하는 도영 씨, 이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을 보며 학교에서의 내 모습이 보였다. 지각하지 않으려고 부랴부랴 주차장으로 뛰어가고 아이들과 보낼 내일을 계획하며 우스꽝스러운 말투와 몸짓으로 집중시키기, 불쑥 튀어나오는 갑갑함으로 축 처져 이 길이 맞는가 고민하기도 하는 특수교사로서의 모습...


  저마다의 삶이 담겨있는 이야기를 통해 모두가 다르지만 특별한 배려가 아닌 평범하게 대해주는 사회면 어떨까 생각했다. 느리지만 천천히 변화하고 있음을 믿고 내일을 그려본다.

나와 함께 한 시간을 통해 마주 본 서로의 표정이 행복하길 바란다.


나는 이 길 위에서 많은 것을 만납니다.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가득 싣고 
덜컹 덜컹 덜컹 오늘도 우리는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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