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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 Mar 08. 2024

따로 또 같이

그림책『줄넘기』를 읽고


  그럼, 시작해 보실까? ! 함께 뛰는 어쩐지 줄이 가벼워진 것 같아! 셋이 뛰면 더 재미있을걸. 뛰어 봐. 가볍게 가볍게 하나 둘 셋! 


지난 23년도에는 '함께'라는 의미를 알게 하는 일이 많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따로 또 같이하는 운동이다. 주 6일 하루 20분 운동을 다섯 명의 글볕 친구들과 했다.

작년 글볕에서는 한 달에 한 번 글을 쓰고 나눴고 매일 같은 분량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각자의 공간에서 운동했다.



일요일 저녁 단체대화방에는 <운동 정산> 메시지를 뜬다.

개인의 양심에 맡긴 자율 점검과 정산(지키지 못한 날 수마다 1,000원 벌금)

'아. 이번 주는 내가 많이 못 했네.'

친구들의 정산을 보며 다음 주는 좀 더 움직여보리라 다짐한다.     


『줄넘기』라는 그림책에는 이불을 둘둘 말고, TV 리모컨에 손을 뻗는 아이가 나온다. 찌뿌둥하다며 운동이나 할까 생각하는 주인공은 어떤 운동을 할지 고민한다. 힘들고 어려운 것은 싫지만 재미는 있어야 하는 운동 중 아이가 선택한 것은 줄넘기다. 두 다리와 줄 하나만 있다면 누구나 시도해 볼 수 있는 줄넘기는 헬스, 수영 같은 운동에 비해 만만하게 시도할 수 있는 운동이다. 나 역시 특별한 준비 없이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실내운동, 맨손체조를 선택했다.     

날씨가 추워지니 더욱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실내운동이지만 대충 할 수 없어 운동 영상을 찾아본다. ‘홈트’라고 검색하니 다양한 종류의 영상들이 있다. 여기서 어떤 걸 선택하지? 급식 먹은 후 20분의 시간, 교실이라는 장소에서 할 수 있는 영상을 찾아야 한다. 내 조건에 딱 맞는 영상을 찾아보면서 운동하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교실의 물건을 이용하기도 한다. 책상을 이용해 굽은 등 펴기, 의자를 활용한 팔 운동, 칠판이나 벽을 이용한 상체운동, 의자에 앉아서 하는 하체운동. 횟수를 세며 시간을 채운다. 간혹 괜찮다고 생각되는 운동 영상을 발견하면 단체대화방에 공유하며 추천하며 서로 독려한다.     


지난주부터 주 3회를 채우기가 어렵다. 개별화교육평가 정리, 업무 추진 마무리, 각종 평가회, 온오프라인 연수참여, 예산 털기, 내년 각종 사업 신청….

학년말이라 학교는 바쁘게 돌아간다. 운동시간이라 정해놓은 급식 후 20분마저도 책상에 앉아 화면을 보며 탁탁탁 자판을 두드린다.


급식 후 20분을 운동시간으로 정한 이유가 있다.

하나, 온종일 제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고양이 주인님과 놀기.

둘, 아침도 스스로 챙겨 먹는 아이들이라 하루 한 끼 저녁 식사 챙기기.

셋, 빨래, 설거지, 청소… 집안일하기.

넷, 나를 채우는 시간(책 읽기, 블로그 글 읽기, 끄적이기) 즐기기.

위와 같은 이유로 집이든, 외부 운동이든 퇴근 후 운동이 어렵다.      

집에 가려고 의자에서 일어나니 뭉친 어깨로 뻐근함이 몰려와 꼼짝하지 않고 앉아있었던 나를 본다. 쓰지 않으면 가용범위가 좁아지는 몸. 한 자세를 오래 하고 있으면 뭉치는 근육. 어깨 통증은 두통으로 전이될 때도 있어 빨리 풀어주려 한다. '마사지받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어깨와 목을 앞뒤로, 좌우로 돌려본다.     

일로 바쁘다. 하지만 운동, 해야겠다. 그 20분 때문에 그날의 일을 끝내지 못하면 내일 하면 된다. 이런 마음도 나에게는 큰 변화다. 나를 변화로 이끈 사람들이 글볕 친구들이다. 함께 책을 읽고 삶이 담긴 글을 나누면서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격려하며 이끌어줬다. 마음뿐 아니라 신체 운동까지 하면서 건강을 살필 수 있게 되었다.      


그림책에서 혼자 줄넘기하다가 줄을 놓친 아이는 한 명씩 친구들이 추가되면서 함께 한다. 줄넘기 하나로 땀 흘리다가 혼자 해도 즐겁고, 여럿이 함께하면서 훨씬 재미를 느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 글볕 친구들의 <운동 정산>이 떠올랐다. 운동하는 곳은 서로 다르지만, 단체대화방을 통해 서로의 운동 여부를 살피며 함께함을 느낀다.      


서로가 다른 공간이지만 함께 하는 운동, 그 ‘함께’의 힘으로 몸을 움직였던 지난 시간이 생각난다.

 24년도에는 어떤 모습으로 '함께'를 알게 되는 일이 펼쳐질까?   



와, 우리가 끝까지 같이 뛰었어. 친구들아, 다음에 또 같이 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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