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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하루 Dec 05. 2022

누군가를 평가하는 것

오롯이 나

12월이 되니 마음이 바빠진다. 1년의 생활기록부와 통지표를 마무리지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과목별로 수행평가 한 내용과 창의적 체험활동 내용, 그리고 가장 손이 많이 가는 행동발달까지. 초등은 입시와 관련이 깊은 중고등에 비해 성적 처리에 대한 중압감은 덜하다. 대신 학부모의 관심이 많고 아직 어린싹에게 객관적인 평가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조심스럽다. 때문에 초등에서는 되도록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 쓰고, 고쳐할 점 등의 부정적인 용어는 되도록 피하고 꼭 써야 하는 경우에는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말을 정선하는 일이 쉽지 않다.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통지표에 쓰는 표현들이 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평가를 해야 하니 당연하다. 아이들은 이렇게 다양한데 그 말을 다 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내가 어릴 적 받았던 통지표에는 선생님의 정자체로 수, 우, 미, 양, 가로 적혀 있었다. 그때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보았으니 성취도가 점수대별로 명확하게 구분 지어졌을 것이고 수, 우, 미, 양, 가를 적는 선생님은 고민 없이 칸을 채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점수가 아쉽게 미치지 못해 등급이 낮아지는 아이에게는 미안했겠지만 지금처럼 단어 한 개를 두고 머리를 끙끙 싸매지는 않았을 것 같다. (평가 결과가 객관적이었다고 해서 그 시절 선생님들의 업무나 고민이 적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시기마다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컴퓨터 없던 시절에 가위로 오려가며 시험지를 만들던 뒷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누군가를 평가하는 일은 쉽지 않다. 나 역시 평가를 받는 입장이기도 했었으니까. 사람은 조금씩 변하고, 변하면서 성장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성장의 변곡이 큰 시기에 서 있다. 작년에 그렇지 않았을지 모르는 아이가 내년에는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내가 본 1년이 그 아이의 전부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지, 우리는 1년 간 본 아이의 모습을 기록할 뿐이다. 


나의 평가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거나 용기를 꺾는 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칭찬은 아이가 자라는 양분이 되었으면 좋겠고, 조금 아픈 말은 그냥 그대로(다른 의미 부여하지 않고) 보고 긍정적으로 바뀌는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 누구나 잘하는 것, 부족한 것, 좋은 점, 고쳐야 할 점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꼭 부족한 것이나 고쳐야 하는 점이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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