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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하루 Feb 03. 2023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가 되시나요?

교사와 학부모 중간쯤에서 소소한 조언

어제 반짝이는 보라색 책가방이 도착했어요. 저는 핑크색 가방이 더 예뻐 보이는데 정작 가방 주인은 보라색이 더 좋다고 해요. 크리스마스 선물을 풀 듯 주머니에서 가방을 소중하게 꺼내더니 어깨에 메어보네요. 앞으로, 옆으로, 뒤로 척척 포즈까지 취해보더니 다시 주머니에 소중하게 넣어 모셔둡니다.


아이가 일곱 살이 되면 부모님들 마음은 바빠지죠. 내년이면 학교를 가야 할 텐데 아이는 준비가 안 된 것 같거든요. 일 년 내내 "내년에 학교 가면...."이라는 말로 협박 아닌 겁을 주게 되는 것도 같아요.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오늘 아침 유치원 버스를 타는 아이 뒷모습을 보다 놀랐어요. 저렇게 키가 컸었나 하고요. 우리도 모르게 아이들은 키도 크고 마음도 키워가며 차곡차곡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잘 보이지 않는거죠.


초등학교 1학년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소개하는 책들도 많고, 유튜브 영상도 많더라고요. 그래도 1학년을 여러 번 가르쳐보기도 했고, 첫째를 먼저 입학시켜 보기도 했으니 교사로서, 선배로서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어떨까 싶어요. 이제 한 달 여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첫째, 학교는 즐거운 곳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세요. 

학교에 가는 건 환상의 나라 00 랜드에 가는 것처럼 신나는 일이라고 말해주세요. 그러다 실망하면 어쩌냐고요? 조금 실망하면 어때요. 무서운 곳에 가는 것처럼 잔뜩 겁먹고 움츠러드는 것보다 낫죠. 학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첫째 아이 덕분에 저는 이 과제를 무사히 해결했어요. 학교에 가면 급식도 맛있고, 체험학습도 재미있고, 도서실에 재밌는 책도 가득하다고 말해주어 둘째는 학교에 가는 걸 무척 기다리고 있어요.


둘째, 기본생활습관은 미리 연습이 필요해요.

유치원과 달리 학교는 아이들을 학생으로 대해요. 당연히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해야 하죠. 물론 입학하고 얼마까지는 적응하는 기간이므로 선생님들이 기다려주고 도와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런데 옷 입기나 신발 신기, 화장실 가기, 자기 물건 챙기기와 같은 일들이 능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미리 연습이 필요해요. 젓가락 사용, 우유갑 열기 같은 일들도요. 사소한 일들이지만 이런 일들을 도움 없이 스스로 척척 해내다 보면 자신감도 생기고 학교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어요.


셋째, 학습에 대해서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입학을 하고 나면 먼저 학교에 있는 것들(운동장, 특별실 등), 지켜야 할 것 들을 먼저 학습해요. 그래야 학교 생활을 잘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고 나서 한글 수업도 하고 만들기도 하고 수에 대해서도 공부해요. 바로 알림장을 쓰거나 받아쓰기를 하지는 않아요. 우리 아이가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이 서툴거나 셈하기가 느리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천천히 같이 해나가도 괜찮아요.(대신 관심을 갖고 꾸준히 도와주어야 해요.)


넷째, 학교와 담임선생님 안내를 꼼꼼하게 읽어요.(이건 교사로서 조언이에요. ^^)

요즘은 학교나 담임선생님이 스마트폰으로 안내를 자세하게 해주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내된 사항을 잘 읽기 않고 전화로 반복해서 문의하는 학부모님들이 계세요. 안내를 잘 읽기만 하면 알 수 있는 내용인데도요. 그런 일들에 답하다 보면 수업 준비를 하는 시간을 뺏기기도 하고, 간혹 수업 시간에 전화를 해서 수업에 방해를 받기도 해요. 출결, 체험학습, 등하교시간, 방과후학교와 같은 내용들은 안내된 내용을 꼼꼼하게 읽고 숙지하면 좋아요.


마지막으로, 잘하고 있으니 걱정 말아요. 

첫째를 보니 학교에 들어가고 나면 확실히 유아기를 벗어나서 훌쩍 자라는 것 같아요. 먹이고, 씻기느라 힘들었던 일들이 조금씩 줄어요. 그동안 아이 키우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 저도 여러분도 학부모가 되는 거예요. 학교에 가면 아이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성장해요. 조금 늦더라도 조바심 내지 말고 기다리고 지켜봐 주는 게 우리 역할인 것 같아요.


학교에서 근무하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저도 막상 제 아이를 입학시킬 때는 떨리네요. 그게 부모 마음이겠죠.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해 봐요. 우리 아이에 대해서요. 무난하게 잘 해낼 것 같으면서도 표현이 약한 아이라 걱정되는 부분들도 있거든요. 요즘 아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지금 기분은 어때?", "너 마음을 들여다봤어?" 거든요. 조바심 내지 말라고 조언하면서 저 역시 조바심을 내고 있는 거겠죠?



일단 학부모가 되신 걸 축하해요.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흐뭇해할 준비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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