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꿈이 시작되는 곳
식탁은 배고픔을 해소하는 장소이며 타인과의 교제가 이루어지는 장소다. "언제 밥 한 번 먹어요." 누구나 들어보았을 인사. 또 적어도 한두 번은 누군가에게 이 말을 건넨 적이 있을 것이다. 밥 한번 먹자는 인사를 듣고 아직도 못 먹은 사이도 있다. 처음에는 진짜 먹자는 줄 알았는데, 차차 '그냥 인사'인 줄 알게 되었다. 한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 인연은 참 귀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나'와 그 자리를 함께하고 싶지는 않다. 식탁을 지배하려는 사람과 밥을 먹는 일은 고역이다. 함께 밥 먹는 행위는 다른 생명을 나눠 먹으며 서로가 연결되는 시간이다.
- 프롤로그 <나의 식탁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중에서, p9
부엌은 집의 심장이다. 가족 구성원이 골고루 드나드는 공간이어야 관계의 순환이 원활하다. 어느 한 사람이 부엌이라는 공간에 과하게 머물고 있다면, 식탁에 편히 앉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면, 집안의 관계는 어디에선가 막히기 마련이다.
먹는 입, 말하는 입, 사랑하는 입의 권리를 생각하는 정치적인 식탁은 누구든 환대해야 한다. 배고픔을 해결하는 동물적 존재에서 말하는 권리를 가진 정치적 인간으로, 나아가 타인과 온전히 관계 맺을 수 있는 사랑하는 인간으로 살아갈 권리는 모두에게 있다.
- 에필로그 <할머니들을 위하여> 중에서, p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