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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Jul 31. 2020

감정을 털어내고 싶은 당신에게

- 해야 할 말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을 해요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다들 저보다 잘난 것 같고, 잘 살고 있는 거 같은 순간도 많고요.  

    

“누가 가장 부러운데?”

하고 묻는다면 지금 저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습니다.      


“자기 마음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요. 흥분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해서 듣는 사람을 이해시키는 사람이요” 하고 말입니다.      


어른이 될수록 누군가와 불편한 관계를 만드는 게 어려워졌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스스로를 이해시키는 편이 더 쉬웠어요. 

그러면 그 순간은 그럭저럭 넘길 만 해졌습니다. 그런데 돌아서면, 꼭 후회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였어. 똑 부러지게 말해야 했어, 하고 말입니다. 

그러면 뭐해요. 이미 지나가 버린 순간인걸요. 

다음 날 찾아가 말해봐야 상대방은 이미 잊어버렸을지도 모르는데요. 

결국, 그런 마음을 혼자 달래야 했습니다. 억울했지만 말입니다.  

    

처음엔 너무 어려웠습니다.      


혼자 중얼거려도 보고, 벽을 상대방이라고 생각하고 끝내 하지 못했던 말을 떠들어대기도 했습니다. 그럴수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래야 뭐해. 바보.’      


'어차피 지난 순간인 걸, 어차피 다시 말하지도 못할 거면서 왜 스스로를 괴롭혀?'

하는 생각이 든 건 아주 잠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잠깐 스친 생각이 저를 다시 돌아보게 해 주었습니다.   

   

'나는 왜 내 생각을 말하는 걸 두려워하는 걸까? 왜 눈치를 보는 걸까?'      

제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게 되었달까요.      


Image by pasja1000 from Pixabay



당신은 어떤가요?     


남편과의 관계가 불편해질까 봐, 친구 관계가 틀어질까 봐. 시가 어른들께 미움받을까 봐, 직장 상사에게 밑 보일까 봐, 저처럼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혼자 참고 계시지는 않는지요?

      

여성들은 자라면서 ‘착한 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학습을 받는 것 같습니다. 다정하게 말해야 하고, 상대방에게 공손해야 하고, 어른들을 공경해야 하고, 자신의 불편한 감정은 다스릴 줄 알아야 하는 사람으로 말이지요. 그래서 남들 앞에서 말할 때 유독 ‘잘하고 있는 건가, 이렇게 말해도 되는 건가’ 하는 의심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유독 여성들에게만 강요되는 것 같은 다정함이라는 게 뭘까요? 여성들 스스로 만들었을까요? 사회가 원하는, 가부장적인 근대 사회에서 요구된 여성의 모습이 아니었까요?     


말하는 것에도, 감정을 표현하는 일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느낍니다.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제대로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제때 하지 못하고 참으면 그 순간은 평온하게 넘어갈지 모르지만 마음엔 계속 남게 되겠지요.

후회하고, 미련하다 스스로를 자책하면서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감정을 털어내는 일은 어쩌면 잘 말하는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노력을 위해 먼저 제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기로 했습니다.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애꿎은 사람을 붙자고 하소연을 늘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었어요.  

    

가만히 앉아서 하얀 종이를 앞에 두고 연필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생각나는 이미지를 그려보았습니다.

제 그림 그리는 수준은 여전히 어린아이 정도의 수준인지라 처음엔 이게 뭐야, 싶었지만 그런 그림을 그리고, 보는데 웃음이 나는 겁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그려놓고 나니 삐뚤빼뚤해도 제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림일기 쓰기. 

초등학교 때 검사를 맡기 위해 억지로 썼던 이후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그림일기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요즘엔 워낙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도 많고, 디지털 펜으로 휘릭 그려내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인 그림이지만 제가 그린, 제 마음, 제 이야기여서 좋았습니다.      

그렇게 하루에 한 페이지씩, 한 컷씩 그림을 그리고 짧은 일기를 적었습니다. 

하루 이틀 그리고 쓰다가 노트 한 권이 채워졌을 때 내가 털어놓은 감정들이 그만큼 많아졌구나 싶어서 뿌듯했습니다. 


그렇다고 바로 하고 싶은 말을 ‘잘’ 하게 되었다고 할 순 없었지만 비록 혼자 그리고 혼자 털어놓는 행위일 뿐이었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저는 위로받았습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제 마음속 목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조금은 용기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표현한 것처럼,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쌓아두지 말고 말해봐야겠다, 하는 용기 말입니다.

      

이다혜 작가의 『출근길의 주문』이라는 책 속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힘을 갖지 못한 사람이 혼자 에둘러 말한다고 알아서 헤아려주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상대는 나중에 말한다. "그렇게 필요하면 분명히 말하지 그랬어?" 

예의 바르게, 상대 기분 상하지 않게 에둘러 말하기를 여성들에게만 가르치는 것은 그만두자. 남자가 말할 때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않는 표현이나 문장을 여자가 말했다고 발끈하는 일은 그만둬라. 이것은 여성에게 무례하라는 권고가 아니다. 여성과 남성 모두 타인에게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잘못한 사람이 당당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이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예의도 뭣도 아니다. <쿠션어, 여성어> 중에서, p24」   

  

이 문장을 읽는데 아차, 싶은 거예요. 

제 마음을 표현해 주는 것 같았거든요. 저 역시 자주 이런 감정을 느꼈습니다. 

이미 지나버린 감정을 털어놓는 일은 너무 늦어버릴 수도 있겠구나, 

이미 상대방은 그냥 별 것 아닌, 지나버린 일로 치부하거나 잊어버렸을 수도 있겠구나.   

   

저는 조금씩 제 감정을 이야기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친절하게 말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해야 할 말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혹시 지금 쌓아둔, 답답한 감정들 때문에 힘들다면 잠시 짬을 내서 흰 종이와 연필을 앞에 두고 앉아보면 어떨까요?      


그림을 못 그린다는 생각 같은 건 집어치우고 말이지요. 저는 그림일기를 쓴 지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만 여전히 선도 삐뚤, 동그라미도, 네모도 제대로 못 그립니다. 그리면 그릴수록 더 잘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너무 애쓰지는 않기로 했어요.      


제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니 한번 시도해 보세요. 

꽤 근사한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그래도 여전히 머뭇거릴지도 모를 당신 책상 위에 김지은의 『하루 한 페이지 그림일기』를  놓아둘게요.      

'그림 그리기'하면 겁부터 나는 사람들을 위해 선긋기, 원 그리기, 도형 그리기를 할 수 있는 연습 페이지가 있어요. 가볍게 따라서 그리다 보면 ‘어?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싶어질 거예요. 

     

그리고 다음 페이지부터는 얼굴, 표정, 머리스타일 따라 그리기도 있어서 직접 따라 그리면서 자신에게 맞는 표정, 머리스타일을 만들어 볼 수 있어요.       


하루에 한 페이지씩 따라서 그리다 보면 조금씩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 표현하고 싶은 감정들을 그리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될 거예요. 분명히.      


천천히 우리 마음부터 들여다보기로 해요.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참고 그냥 넘어가도 괜찮은 건지, 생각하고 표현하다 보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하는 순간에 딱! 하고 말입니다.      


당신 마음속에 너무 많은 감정들을 쌓아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면 더더욱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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