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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Oct 08. 2022

루틴을 움직이자

언제부터인가 ‘미라클 모닝’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들렸다. ‘본격적인 하루 일과가 시작되기 전에 일어나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을 투자하기.’ 이미 미라클 모닝은 하나의 자기계발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미라클 모닝을 하는 사람들이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함께 하는 인증 모임도 많다. 

    

블로그에서 ‘미라클 모닝’을 키워드로 검색하니 많은 사람이 기록을 남기고 있었다. 그들은 성공한 날이든 실패한 날이든 글을 올렸다. 대부분은 일찍 일어났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았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바람,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기쁨,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한글 파일을 열어 하루를 시간 단위로 적어 보았다. 평일에는 육아와 직장일로 하루가 대부분 채워졌다. 다 적고 보니 허투루 보내는 시간은 없었다.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24시간 중 16시간을 정신없이 사는구나 싶었다. 그런데도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아이들이 잠든 후 이불을 조심스럽게 걷고 나와 노트북을 들고 집 앞 카페로 갔다. 그때부터 오롯이 내 시간이 시작되었다. 책을 읽거나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모임방에 안내를 올리는 일들을 했다. 그렇게 한두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잠들었다. 나의 경우 전형적인 올빼미 형 인간이었다. 아침보다 밤에 집중력이 높았고, 가족들이 다 있는 집에서 보다 카페에 앉아서 책을 읽을 때 집중이 잘 됐다.      


물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길게 느껴지겠지만, 일찍 잠드는 일 자체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늦은 밤 아이들을 재우고 혼자 보내는 달콤한 시간을 포기할 수 없었다. 혼자 ‘미라클 나이트’라 이름 붙이고 알차게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 루틴이 코로나19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카페에 갈 수 없게 되었다. 카페가 가장 집중이 잘되는 공간이었는데, 갈 수가 없어 처음에는 막막했다. 카페에 못 가니 아이들을 재우며 같이 잠드는 날이 늘었다. 점차 책 읽는 시간이 줄고, 글도 쓰지 못하는 날이 이어졌다.      


아이들을 재운 뒤 책상에 앉는 날에도 이상하게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늦은 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던 나의 루틴을 바꿔야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습관을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금 깨달았다. ‘안 되는 일을 하면서 굳이 스트레스까지 받아야 해?’하는 생각이 들어 상황에 맞게, 시간에 맞게, 컨디션에 맞게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2021년 여름 ‘미라클 모닝’ 인증 모임에 처음 참여했다.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보고 실패해 봤으니 다시 도전해 보고도 싶었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좀처럼 완화되지 않아서 내린 특단의 조치에 가까웠다.      


전형적인 올빼미 체질인 줄 알았는데 모임에 참여하고 4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기상에 성공했다.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시고 동영상을 보며 20분쯤 요가를 했다. 요가도 혼자 하면 흐지부지될 것 같아 챌린저스 앱에서 요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요가를 마치고 나면 샤워하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 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고, 모임에 올릴 글을 쓰고, 다이어리를 적었다. 기상 시간에 따라 1시간 반에서 2시간쯤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었다.      


아침 기상을 하면서 생각보다는 ‘기적’적이지 않다고 느꼈다. 시간을 촘촘하게 나눠 쓰는 일은 아침 기상을 하기 전이나 후가 비슷했다. 대신 아침 일찍 일어나니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시작하는 마음이 달라지니 하루를 대하는 마음 또한 달라졌다. 좀 더 좋은 생각을 하게 되고, 건강한 아침 식사가 하고 싶어 지고, 아침에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 있으면 하루 중 자투리 시간을 만들어 마무리하려고 시간을 더 계획해서 사용하게 되었다. 미라클 모닝은 단순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에 목적을 두는 게 아니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무엇을 담아내는냐에 의미가 있다.  

    

챌린저스 앱에 인증을 하면 화면에 ‘당신을 바꿀 좋은 습관이 쌓였습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나는 그 말을 ‘당신의 오늘에 좋은 경험이 쌓였습니다’로 바꾸고 싶다.  매일 좋은 경험을 하다 보면 자신에 대한 긍정적 믿음이 생길 것이라 믿는다.      


올빼미처럼 밤 시간을 활용할 때도 좋았고, 일찍 일어나 아침 시간을 보내는 일도 좋았다. ‘미라클’은 밤이든 아침이든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험과 마음가짐, 그리고 실행이 어우러질 때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위드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카페 영업시간이 늘어나고, 최근에는 거리두기가 없어지면서 다시 24시간 카페 운영이 시작됐다. 슬슬 밤에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아직은 조심스러워서 현재의 루틴을 유지하고 있다. 언제 다시 나의 루틴이 바뀔지 알 수 없다. 루틴이 바뀌더라도 내게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다면 그게 아침이든 밤이든 상관없다는 걸 이제 알겠다.     

 

각자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있을 거다.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이 다르고, 머리가 가장 맑은 시간이 다르고,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 다르다. 이른 아침 시간이 맞는 사람은 아침에, 밤 시간이 좋은 사람은 밤에, 혹은 낮 시간이라도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을 찾는 일이니까. 


주어진 시간만큼은 집중하고, 온전히 ‘자신’만 생각하기. 

이 두 가지만 기억하면 좋겠다. 

     

가장 버려야 할 것은 ‘몰라, 그냥 남는 시간에 해야지’, ‘안 되면 어쩔 수 없지’하는 자포자기의 마음이다. 

직장생활과 육아를 하며 깨달은 사실은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면 그 누구도 먼저 나를 챙겨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만큼 나에게 마음 써 줄 사람은 없다. 그러니 우리 이제, 스스로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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