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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Oct 08. 2022

하루 24시간만 살자

- II. 흔들리더라도 계속,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손만 대고 실은 아무것도 못하고 사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현실은 종일 회사에 매달려 있고, 퇴근 후에는 아이에게 매달려 있고, 어찌어찌 아이를 재우고 나서 고작 한두 시간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고 피곤한 채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맙니다. 그래서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고, 나만 너무 게으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블로그 이웃 K님의 고민은 내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민을 들어주겠다고 했지만 글을 읽고 나니 ‘앗, 나도 그런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답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생각해 보면 일하는 엄마는 절대 게으를 수 없다. 아침에는 가족들보다 먼저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 준비, 아이들 등원 준비, 아침 식사까지 챙기고, 정신없이 출근해 일을 하고, 퇴근 한 뒤에는 다시 육아와 집안일을 하는데 어떻게 게으를 수 있을까, 매일 분주하고 바쁠 거다.     

 

 ‘내가 좀 더 부지런하면 돼. 그러면 지금보다 더 많은 걸 할 수 있을 거야.’ 이런 생각을 한 적이 많았다.  

    

아니었다. 엄마는 철인이 아니니까. 잠을 못 자면 피곤하고, 일이 많으면 지치는 게 당연하지 하다. 그런데 왜 늘 부지런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괴롭혔을까? 


바쁘게 하루를 보냈는데 막상 하루를 마무리하고 자리에 누우면 ‘오늘도 난 무얼 위해 이렇게 분주하게 살았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면 하루 종일 열심히 살았던 ‘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아, 나는 오늘도 아무것도 안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늦도록 잠들지 못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당신은 오늘 하루 분명히 최선을 다해 살았을 거다. 아이들을 위해, 가족들을 위해 쉴 틈 없이 움직였을 거다. 질문을 바꿔보자. “오늘 당신을 위한 시간이 있었나요?” 하루 종일 분주하게 사는데 그 분주함 속에 ‘나’는 없을 때가 많다. 그럴 때 우리는 종종 ‘엄마니까, 아내니까, 직장인이니까...’ 같은 이유를 붙인다.     

 

출처 : 픽사베이


24시간은 매일 주어진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하루 24시간 이상의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내가 엄마로, 직장인으로 아내로 살아가는 하루 중 오롯이 ‘나’만 남는 시간을 만들어 내는 이유다. 24시간 이상을 살 수 없다면 주어진 시간 안에서 ‘나만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삐딱하게 보는 건지 모르겠지만, 시간관리를 주제로 다루고 있는 책 중에 읽고 난 뒤,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때가 있었다. 대체로 엄마들의 시간에는 변수가 많이 발생한다. 새벽 4시에 일어나도 아이가 같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고, 하루 분 단위로 쪼개 계획을 세워놔도 아이에게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엄마들의 시간은 아이들이 어릴수록 아이와 공동의 시간인 셈이다. 처음엔 그들을 쫓아해 보려고 시도도 했지만 가랑이만 점점 찢어졌다. 고통은 오로지 내 몫으로 남았다.     


하루하루 사는 게 지친다 하는 마음이 들 때면 김미경의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속 한 구절을 떠올린다.     

 

'내 나이 60이 되면 우리 애는 뭐가  돼 있을까?', '내 나이 60이 되면 남편이 뭐가 돼 있을까?'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건 아이와 남편의 몫이다. ' 내 나이 60이 되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내 나이 60이 되면 나는 어느 장소에 가장 많이 가 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김미경, 21세기북스  

   

‘나이 60이 되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사람, 꿈꾸는 노년, 그 모든 것을 가족들 중심이 아니라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와의 공동 시간에만 집중하지 않고, 혼자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 가게 된다.      


그러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결국 훗날 ‘내’ 모습을 완성해 가는 삶을 살고 싶어 진다.      


하루 30분도 좋고, 한 시간도 좋다. 우리가 보내는 그 시간은 양이 아니라 질이 담보되어야 한다. 아주 짧은 시간 일지라도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면 충분하다. 만약 당신이 그 짧은 시간도 당장은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너무 상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는 이렇고, 누구는 저렇고 이런 비교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우리 스스로의 삶의 방향은 스스로 정하고 나아가면 되는 거니까.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다음 달에, 내년에 그 시간들이 찾아올 때를 대비해서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오늘 하루의 일상을 지치지 않고 잘 보내면 좋겠다.      


그리고 그 시간들 중에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실컷 욕심부려보라고 부추기고 싶다. 잘하고 있는 건지, 이대로 괜찮은 건지 당장 판단하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다 보면 가장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에 조금씩 다가가는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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