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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Oct 23. 2019

엄마 탓이 아니야

- 내 탓이 아니라는 주문

아이가 아플 때 일하는 엄마는 좌절한다. 

마치 내 탓인 것처럼 따라오는 죄책감도 피할 수 없다.   

   

큰 아이는 친정엄마 손에서 2년을 보내는 동안 예방접종을 제외하곤 아파서 병원에 간 적이 없었다. 

두 돌이 지나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첫 주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그 후로 일곱 살이 될 때까지 자주 아팠다. 가벼운 감기부터 중이염, 기관지염, 독감, 폐렴.. 병명도 다양하게.      

둘째는 돌이 지나자마자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역시 바로 아팠다. 

이번엔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에 큰 아이 때보다는 담담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 


“애들은 다 아프면서 크는 거야" 같은 어른들의 말도 곱게 들리지 않았다. 

타이밍도 참...... 


아파도 꼭 바빠서 휴가를 내기 어려운 시기에 아팠다(어디 아픈 게 자기 마음대로 되겠냐만은). 

그럴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친정엄마에게 도움을 청했다.   

   

일을 하고 있을 때 어린이집이나 학원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면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전화를 받기 전엔 크게 심호흡을 하기도 했다. 

부디 별 일 아니기를, 벨이 울리고 있는 짧은 시간에 온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     

 


그렇지만 기도와는 다르게 대부분은 좋지 않은 소식이다.     

 

"어머님~ 채민이가 발에 오돌토돌 뭐가 많이 올라왔네요. 손도 조금 그런 거 같고.. 혹시 수족구가 아닌가 해서요~"

"저. 잘 몰랐는데요, 그리고 채민이 수족구 나은지 얼마 안 되잖아요. 열도 없고....... "

"요즘 수족구는 열이 안 나기도 한데요. 병원에 데리고 다녀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 네.. 제가.. 지금은... 네.. 알겠습니다. "     


다른 아이들 걱정하는 마음도 알 것 같아서 더 이상 사정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결국 조용히 사무실 빠져나와 친정엄마에게 SOS를 보낼 수밖에.

     

"엄마, 미안한데, 채민이한테 좀 가봐줘~"     


병원에 데리고 간 엄마한테 다시 전화가 오기까지 업무 서류를 봐도, 컴퓨터 모니터를 봐도 마음은 온통 전화기에 가 있다.      

제발 아니어라, 아니어라 빌면서.......      


수족구에 걸렸다 나은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아이는 다시 아팠다. 

‘그때 좀 더 쉬게 했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일찍 보냈나 봐.’하는 미안한 마음과 

‘아, 나 휴가 못 내는데 어쩌지...’ 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머리로는 ‘내 탓 아니야. 아플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려고 애쓰는데도 마음으로는 그냥 다 내 탓 같아서 미안해졌고,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아픈 애도 떼어놓고 일을 하러 나왔나 싶어 졌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아이들은 자주 아프고, 또 자주 병원에 간다.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엄마가 데리고 있다고 해서 감기에 안 걸리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엄마들은 늘 모든 걸 ‘자신의 탓’으로 돌리게 될까.      

조금 가볍게 툭툭, 

‘그래, 아플 수도 있지. 약 먹으면 괜찮아질 거야.’ 마음먹을 순 없을까.     

 

요즘엔 일부러라도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내 탓이 아니야’      

주문을 걸 듯 내뱉고 나면 그래, 그렇지 하고 잠시 가벼운 마음이 되기도 했다. 

물론, 일상이 반복되듯 아이가 아플 때마다 반복되어야 하는 주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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