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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Oct 26. 2019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땐, 아무것도 하지 않기

- 잠시 멈춤, 그 순간을 당연하게 인정하기


늘어진다. 

몸이 마음과 다르게 축축 쳐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딱 반나절만... 그렇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현실은,      

꼬물꼬물 19개월 둘째와, 손 많이 가는 여덟 살 첫째 사이에 파묻혀 아웅다웅.

    

그 시간이 소중한데, 그건 분명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땐 아무것도 하지 않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그 순간에 집중해보기.      


일하는 엄마가 된 뒤, 

자주 직장인으로서의 '나'와 엄마로서의 '나'가 부딪치면서 

버벅거린다. 


퇴근과 동시에 직장인 모드 OFF     

엄마 혹은 개인적인 '나'  모드 ON      

     

딱딱 그러면 좋을 텐데,      

종종 직장 일을 집으로 끌어들이거나, 

집안일을 직장으로 불러들이게 된다. 


아이들이 기다린 다는 생각에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두고 퇴근할 때, 

엄마와 헤어지기 싫다는 아이들을 억지로 떼어 놓고 출근할 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둘 다 놓치기 싫어서 스스로 내 마음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러다 완전 방전 상태가 되면, 

그제야 '나'를 위로하기 위해 애썼다. 


조금 더 미리미리 나를 챙겼으면 어땠을까. 

조금 더 미리미리 내 마음을, 내 몸을 돌아봐줬으면 어땠을까. 


열심히 살아야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내 삶의 몫을 살아야지. 

직장에서도, 아이들에게도 인정받아야지. 

여력이 된다면 신랑에게도 부모님에게도 괜찮은 아내, 괜찮은 자식이 되어야지.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책임을 

나 스스로에게 지우느라, 그걸 낑낑대고 이고 가느라 

힘겨운 내 마음은 모른 척하면서 살았다. 


직장에서도 육아에서도 

굳이 내가 아니어도 괜찮은 일들이 분명 있었다. 

그 모든 일들을 다 내가 해야 한다는 책임감, 혹은 일하는 엄마가 갖게 되는 

죄책감 같은 것만 덜어 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그걸 일하는 엄마가 된 지 8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 


툭, 

무심히 내려놓은 순간 


오히려 채워지는 느낌. 

한 가지를 내려놓으므로 진짜 내게 필요한 한 가지를 아니 두세 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다 잘 필요도 없고, 

다 잘할 수도 없다는 걸 

일찍 깨달았다면 나를 지켜내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 었을 텐데. 


아쉬움은 그만. 


그럭저럭 괜찮은 엄마로,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직장인으로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낸 나에게 기꺼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멈춤, 을 허락하자. 


「이제 열심히 사는 인생은 끝이다. 견디는 삶은 충분히 살았다. 지금부터의 삶은 결과를 위해 견디는 삶이어서는 안 된다.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다.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다. 앞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뿅 하고 건너뛰고 싶은 시간이 아닌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지. 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p285」 

-  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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