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내가 두려운 건 뭘까
힘들다고 생각하면서도,
매일 아침 출근할 직장이 있고, 내 자리가 있고,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그러면서도,
자주 지치고 버겁기도 했다.
연차가 쌓이고
후배들이 생기고,
책임감을 갖아야 하는 자리에서
내 일을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졌다.
언제부턴지 모르겠지만 요즘 자주 딴생각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일을 하면서 집중을 하지 못하기도 하고, 늘 마음이 헛헛했다.
익숙해진 일만큼이나 마음도 익숙해져 버린 것인지,
일에 대한, 자리에 대한 부담감은 커졌지만
일에 대한 설렘은 조금씩 사라져 갔다.
큰 아이를 낳기 전날까지 일을 했고,
출산휴가 3개월 뒤 복직했고, 워킹맘으로 8년을 살았다.
그 사이 둘째가 태어나고 또다시 3개월 뒤 복직해서 이제 19개월이 지났다.
아이가 한 명일 때랑, 둘일 때 그 간극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짐작할 수 없었다.
아이가 둘이라 어쩌면 내 행복은 두 배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육아의 강도 역시 두 배 혹은 그 이상이 되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도, 직장 생활도 집중하기 힘들어서 자주 어긋났다.
'육아휴직이 간절해!'
내 안에서 외치는 소리는 점점 더 커졌지만
육아휴직을 생각할 때
좋아할 아이의 얼굴보다
다달이 값아야 하는 대출금,
줄어들 소득,
매달 허덕이는 가계부를 떠오리며 계산기를 두들고 있는 내 모습이
조금 슬퍼지고.
갈팡질팡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깟 돈이 뭐!
그래도, 생활 규모가 있는데......
17년 일했는데 고작 몇 개월도 못 쉬어?
그렇지만 내가 없는 동안 내 자리는......
예윤이가 정말 행복해할 거야!
예윤이 이제 제법 커서 혼자 잘하잖아!
내 안의 여러 목소리가 뒤섞여 요 며칠
아이들 재워두고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결국 선택은 나의 몫일 테고,
어떤 선택을 하든,
그리 최악의 상황은 아닐 거라는 걸 안다.
그럼에도 참 쉽지 않은 선택의 순간.
내가 두려워하는 건 진짜 뭘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