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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Oct 31. 2019

육아휴직이 간절한 순간에도

- 진짜 내가 두려운 건 뭘까 

                                                                                                                                                    

힘들다고 생각하면서도, 

매일 아침 출근할 직장이 있고, 내 자리가 있고,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그러면서도, 

자주 지치고 버겁기도 했다. 


연차가 쌓이고

후배들이 생기고, 

책임감을 갖아야 하는 자리에서 

내 일을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졌다. 


언제부턴지 모르겠지만 요즘 자주 딴생각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일을 하면서 집중을 하지 못하기도 하고, 늘 마음이 헛헛했다. 

익숙해진 일만큼이나 마음도 익숙해져 버린 것인지, 

일에 대한, 자리에 대한 부담감은 커졌지만

일에 대한 설렘은 조금씩 사라져 갔다. 


큰 아이를 낳기 전날까지 일을 했고, 

출산휴가 3개월 뒤 복직했고, 워킹맘으로 8년을 살았다. 

그 사이 둘째가 태어나고 또다시 3개월 뒤 복직해서 이제 19개월이 지났다. 


아이가 한 명일 때랑, 둘일 때 그 간극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짐작할 수 없었다. 


아이가 둘이라  어쩌면 내 행복은 두 배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육아의 강도 역시 두 배 혹은 그 이상이 되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도, 직장 생활도 집중하기 힘들어서 자주 어긋났다.     


'육아휴직이 간절해!'


내 안에서 외치는 소리는 점점 더 커졌지만 

육아휴직을 생각할 때 

좋아할 아이의 얼굴보다 


다달이 값아야 하는 대출금, 

줄어들 소득, 

매달 허덕이는 가계부를 떠오리며 계산기를 두들고 있는 내 모습이 

조금 슬퍼지고. 


갈팡질팡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깟 돈이 뭐! 

그래도, 생활 규모가 있는데......

17년 일했는데 고작 몇 개월도 못 쉬어?

그렇지만 내가 없는 동안 내 자리는......

예윤이가 정말 행복해할 거야!

예윤이 이제 제법 커서 혼자 잘하잖아! 


내 안의 여러 목소리가 뒤섞여 요 며칠 

아이들 재워두고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결국 선택은 나의 몫일 테고, 

어떤 선택을 하든, 

그리 최악의 상황은 아닐 거라는 걸 안다. 


그럼에도 참 쉽지 않은 선택의 순간. 


내가 두려워하는 건 진짜 뭘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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