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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삶의 방식을 생각할 때

- 김양미 <<풍선 다섯 개>>를 읽는 밤

by 목요일그녀


이혼가정에서 자란다는 건

나이에 비해 굉장히 의젓하구나, 하는 말을 듣게 되는 일이고

(다른 아이와 똑같이 행동해도) 잘 자랐구나, 하는 말을 듣게 되는 일이고

때때로 괜히 주눅 드는 일이고......


개개인마다 차이는 분명 존재하겠지만, 내가 느낀 몇몇의 감정들을 떠올려보면

'다른'이라는 단어가 주는 주눅 듦이었던 것 같다.


친구네 집과는 '다른'

평범한 가정과는 '다른'


'다른'이라는 의미가 내포한 여러 가지 의미들이 있을 진대, 대체로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표현되는 느낌 때문에 지금까지도 내가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다.


나의 부모는 두 번 이혼을 했는데,

처음은 내가 초등학교 6학년 즈음이었다.

나와 언니는 자연스럽게 아빠와 살게 되었고, 엄마만 우리 집에서 떠났다.

고등학교 2학년 즈음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엄마와 아빠는 다시 살림을 합쳤다.

그리고 다시 몇 년 뒤 두 번째 이혼을 했다. 그땐 이미 나와 언니가 모두 성인이 된 뒤였으므로 그들의 헤어짐은 별다른 충격 없이 받아들여졌다.


두 번째 헤어짐 뒤에도 우리 네 명은 종종 같이 만났다.

생일날, 명전 전에, 내 결혼식, 아이의 돌잔치 등등등.

자식을 둔 부모가 헤어진 뒤에도 만나는 일은 이상할 게 없었지만 자연스럽지도 않았다.


『풍선 다섯 개』를 읽는 동안 어린 시절의 '나'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젊은 나이에 헤어졌던 나의 부모를 떠올렸고, 나와 비슷한 처지였던 언니를 떠올렸다.

같은 시간을 살았고, 같은 일을 경험했지만 각각 다 느낀 감정이, 서로를 대했던 마음이 달랐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것들은 모두 희미해져서 명확하게 떠오르는 게 없었다.

우리는 아마 각자의 방식대로 그 시간들을 견뎌냈을 것이다.

다행히, 서로 죽도록 미워하지는 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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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이었던 식구가 '언니, 엄마, 막내'와 '아빠와 나'로 나뉘게 된 뒤

'나'의 시점으로 쓰인 이 글은

이혼 가정의 아이가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들을 굉장히 잘 표현하고 있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마음의 서랍에 차곡차곡 담아둔 '나'


서랍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서랍의 문이 더 이상 닫히지 않았다.

'나'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겉으로 조금씩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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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정한 규칙대로 한 주는 언니와 막내가 '나'가 살고 있는 집으로 오고

한 주는 '내'가 언니와 막내와 엄마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가는 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종종 슬프고, 외로웠을 것이다.

엄마가 있는 집에서 다시 아빠가 있는 집으로 돌아오는 그 길이 참 싫기도 했을 거다.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서 읽는 내내 조금은 먹먹한 마음이 되었다.

그럼에도 이 그림책이 주는 묘한 위로.

각자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생활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면서

기다림을 배워가고, 그리움을 배워가는 '나'의 그 시간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응원하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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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존재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따뜻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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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다섯 개>> / 저자 김양미 / 출판 시공주니어 / 발매 2019.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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