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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솜 Jul 08. 2024

친환경 재료

집수리 - 3 , 철거

젊은이가 '어떻게 하면 세상을 배울 수 있을까?' 묻는다면  

'자신의  집을 지어보시오."라고 대답하고 싶다.

집을 짓는 과정을 경험하면 많은 것을 배운다.


기존에 있는 집을 내 스타일로 고치면 집을 사랑하게 된다.  




 장맛비가 한 달간 계속되었던 8월 어느 날이었다. 


전원주택을 구입한 지 5년째, 거의 시골에서 시간을 보내는 남편과는 달리 나는 주말에만 내려왔다. 여느 때처럼  현관을 열고 들어와 보니 남편이 식당 의자에 한심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남편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양동이가 놓여 있었다. 천장에서 양동이로 물이 줄줄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랜 장마로 지붕에 물이 고이고 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천장이 내려앉은 것이다. 보고 있자니 한심했다. 그동안도 집에는 끊임없이 문제가 있었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때그때 고치면서 살았는데 이번에는 차원이 달랐다. 이 집에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전원생활을 포기하고 다시 도시의 아파트로 돌아가던가 아니면 집을 몽땅 부수고 새로 짓던가....


어떤 선택을 하든 어쉬움이 남았다. 남편은 35년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산 좋고 물 좋은 지금의 자리에서 요 몇 년 즐기며 살았는데 다시 도시생활한다는 것은 힘들 것이 자명했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됐다. 다시 짓는다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이 나이에 여기서 얼마나 살지 모르는데 많은 돈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들인 정성이 너무도 아까웠다. 5년을 여기저기 손 보면서 집에 정이 많이 들었다. 남편은 이 집에 내 손 안 간 곳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곧 집에 대한 애정이었다. 나 또한 평소 무조건 부수고 보는 우리 건축문화를 비판해 왔었다. 집을 팔던 새로 짓던 어떤 선택도 맘에 들지 않았다. 


밤새 고심 끝에 이 집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렇게 해서 집을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무엇을 어떻게 고칠 것인지 우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었다.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실행력 좋은 남편은 망설일 틈 없이 그동안 우리 집 고칠 때마다 도와줬던 목수에게 전화했다. 목수는 이 집에 대해 우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다음 날 목수가 왔다. 예상한 대로 문제는 누수였다. 누수를 잡지 못한다면 이 집에서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목수는 집을 뜯어보기 전에는 정확한 누수의 원인을 알기는 힘들다고 했다. 


집을 새로 짓는다면 보통 설계와 시공이 분리되어 진행된다. 설계는 설계팀이  법률에서 정하는 각종 규제를 고려하고 건축주의 의견을 반영해서 도면상에 그림을 그린다. 그를 바탕으로 부지에 직접 집을 짓는 일은 시공팀이 한다. 기존에 있는 집을 다시 짓는 일은 조금 다르다. 큰 빌딩 경우라면 개축도 신축과 마찬가지로 설계사무소에서 설계를 하고 시공팀이 공사를 하지만 개인 주택과 같은 작은 규모의 개축은 경험 많은 목수가 경험과 눈썰미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 목수의 경험과 능력이 중요하다. 목수의 능력은 비용과 기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목수는 자신의 기술에 대한 책임과 자부심이 있어야 하고 집주인은 목수의 능력에 믿음이 있어야 한다. 집주인과 목수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적절하게 타협하는 과정을 거쳐 가격이나 디자인을 결정하게 된다. 그동안 우리 집일을 여러 번 해 왔던 목수에게 집 고치는 일을 맡기기로 했다. 목수는 힘든 건축 일을 할 수 있을까 할 정도의 곱상하고 건장하지 않은 체구였다. 그러나 30년 경력의 섬세함과 강단이 눈빛에서 나왔다. 깐깐하고 빈틈없는 성격이었다. 




집은 기둥과 벽의 재료에 따라 흙집, 통나무집, 콘크리트집, 나무판잣집, 스틸 집, 벽돌집으로 나눌 수 있다. 동서를 막론하고 보통 사람들이 사는 집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한다. 처음 원시인들은 동굴이나 땅을 파고 움막을 짓고 살았다. 신석기시대 정착생활을 하면서 주변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흙과 갈대 줄기 같은 식물을 섞어 벽을 만들었다. 인류는 오랜 세월 이런 흙집에서 살았다. 사막의 진흙집도 흙집이고, 우리 집과 같이 조적조 즉 벽돌집도 흙집이다. 우리나라 한옥도 흙집이다. 나무를 껍질만 벗겨 쌓은 통나무집이나 나무를 판으로 켜서 벽을 만든 판잣집의 재료는 나무다. 지난번 미국에 가서 집 짓는 것을 보니 동네 대부분 나무판자로 벽을 세워 짓고 있었다. 유목민들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나무를 기대고 가죽으로 덮는다. 설치하기도 쉽고 철거하기도 쉽기 때문에 자주 이동하는데 좋다.  특별한 건축물이 아닌 보통 사람들이 사는 사람들의 집은 흙 나무 등 자연재료였다. 


하지만 요즘에 지어진 우리나라 집의 재료는 다양하다. 요즘 가장 일반적인 재료는 콘크리트다.  콘크리트 집은 튼튼하고 가격이 합리적이다. 지난해 옆집을 콘크리트로 지었다. 콘크리트로 집을 짓는 전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지진이나 기타 다른 이유로 건축법이 강화되었다고 한다. 벽의 두께 삼중창 등 과하다 생각될 만큼 튼튼하게 지었다. 벽 두께가 충분하니 안의 열이 보존되고 밖의 찬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난방효과가 좋으니 연료비가 적게들 것이다. 요즘은 기후변화가 심각해서 친환경건축에 대한 관심이 많다. 국가에서 정하는 여러 조건을 충족하면 친환경 인증을 받기도 한다. 






보통 대궐 같은 집에서 살고 싶어 한다. 이는 보통 크고 좋은 집을 말한다. 그러나 실제 살아보면 나에게 적합한 규모에 구조가 편리하며 설비가 완벽한 집이  좋은 집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집으로 고치는 것이 목표다. 우리 집은 벽의 재료가 벽돌이다. 과거에는 벽돌로 지은 집이 많다. 그러나 지진에 대한 건축규제가 강화되어 순수한 벽돌집은 짓지 않는다. 요즘 보이는 벽돌집은 콘크리트집에 겉에만 파벽돌로 붙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집은 오래전 벽돌로 지은 집을 10여 년 전 리모델링을 하였다. 그때 기능보다 외관을 중요시하여 방수를 소홀히 하고 옥상 전체를 나무 데크로 덮었다. 외관상으로는 건물이 웅장하고 나무 재질로 인해 친환경 느낌의 디자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 데크는 군데군데 썩었고 옥상의 콘크리트는 갈라져 빗물이 스며들었다. 


누수 방지와 겨울철 연료비 절감.

집수리의 방향이 정해졌다. 


집의 뼈대가 되는 기둥과 벽 2층을 남기고 몽땅 뜯어내기로 했다. 

철거가 시작되었다.


건물에서 떼어 낸 나무의 양이 어마어마했다. 철거된 나무들은 친환경 재료가 아니다. 친환경이란 자연환경을 오염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과 잘 어울리는 것을 말한다. 나무는 대표적인 친환경 재료다. 그러나 그것은 원목일 때다. 만약 원목을 그대로 건축재료로 사용한다면 나무는 눈비 맞으면 금방 썩게 된다. 썩는 것을 방지 혹은 지연시키기 위해 원목에 약품처리를 한다던지 물리적인 힘을 가한다. 집에 사용되는 나무는 거의 가공목이다. 


철거된 나무들은 자연상태에서 썩어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건축폐기물로 분류된다.


이렇게 나온 재료는 모두 건축폐기물이다. 집을 철거하면서 나온 폐기물의 양은 상당했다. 그 폐기물을 버리는데 큰돈이 들었다. 우리나라 폐기물 중 건축폐기물의 양이 전 폐기물의 37%에 달한다고 한다. 어떤 분야보다 건축분야에서의 친환경자재 개발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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