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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솜 Jun 24. 2024

내 집이 되기까지....

집수리 - 1

자식을 키울 때 내가 직접 노력하는 만큼만 내 아이다. 

집도 마찬가지다. 돈이 많아 몇 채가 있어도 내 집이라는 생각이 드는 집은 따로 있다. 그 기준은 내 정성이 들어간 집만이 내 집이다. 남편은 업무상 서울과 창원근무를 했다. 일 이주에 한 번 회사 호텔의 방 하나에서 10년을 지냈다. 그 방의 환경은 매우 좋았다. 창에서 바라다 보이는 수영장과 시선이 연결된 바다경관, rock garden,  언제나 최상의 청소상태, 세탁까지 완벽하게 해결되었던 곳이다. 은퇴하고 1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그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필요하면 다른 호텔에 가면 되니까..... 


치솟는 아파트 가격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언덕 위에 하얀 집' '아이들과 오순도순... ' 

서민들에게 이런 것은 꿈꾸기 어려운 분위기다. 


어느 시대에나 집은 부는 물론 명예까지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집이 편안한 보금자리라는 기본 기능을 간과해선 안된다. 요즘같이 집의 기본기능을 무시한 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었던 시대는 없었다. 청년들이 영끌로 아파트를 산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했는데 '영혼까지 끌어'라는 뜻이라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다.


집을 보는 기준은 강남, 새집, 역세권, 학군, 신도시...라는 단어가 무성하다.


난 아직도 집은 행복, 편안함, 휴식, 손때, 추억, 기억, 가족, 식사.... 등의 단어를 떠올리고 싶다.


아이들은 결혼 전 우리 집이 강남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강남에 산다고 하면 달리 본다는 것이다. 그런 딸들에게 나는 타일렀다.  "집은 엄마와 같다. 자기의 엄마는 미우나 고우나 설사 장애가 있더라도 엄마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 집도 어디에 살던 자기 집은 특별한 것이며 따라서 좀 부족하더라도 좋아하고 잘 가꾸어야 한다."라고 얘기했다.  내가 하는 말에 딸들이 특별히 반론을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엄마가 정말 현실을 모른다는 눈빛이었다. 


돈을 주고 산다고 내 집이 아니다. 내가 가꾸고 사랑해서 그 집에서 추억이 쌓일 때 비로소 내 집이 되는 것이다라는 말에 책임을 지어야 하듯 특별한 내 집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아파트를 샀다가 팔았다면 앉아서 큰돈을 벌었을 텐데...

덥석 구입한 전원주택에는 문제가 많았다. 


처음 구입하고 갈 곳이 있어 좋았다.

주말이면 경치 좋은 자연에서 즐기는 맛이란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곳을 여행한다 한들 내 집의 편안함만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내려올 때마다 문제가 생겼다. 

내려와 보면 배수관이 터져 방에 하나 가득 물이 차 있었던 적도 있었고, 위층에서 흘러내린 물이 빙벽을 이뤄 망치로 떼어 내기도 했다. 오래전 지은 벽돌집은 벽이 얇아 겨울이면 연료비가 너무 많이 들었다. 강원도 백두대간 서쪽 영서지방에 위치했기 때문에 한 겨울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웠다. 거실에서 보는 강은 경치가 너무 좋았다. 하지만 북쪽으로 난 통창 때문에 난방 효율이 더 떨어졌다. 


"역시 이 집은 여름별장이야. 

별장은 잠깐 왔다 갈 때 좋은 거지. 

별장 관리는 너무 어려워"


별장을 사지 말고 별장가진 친구를 사귀라고 했던가.....


은퇴 후 할 일이 없어 고민할 것을 예상했지만 남편은 집 때문에 너무나 바빴다.  남편은 문제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뛰어다녔다. 관공서에 가서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고장 난 곳을 고치기 위해 전문가를 수소문해 부르기도 하고 가능한 일은 직접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남편의 집 고치는 실력이 점점 좋아졌다. 


집을 지니고 있는 것이 왜 이리 힘든가 봤더니 첫째 집이 너무 낡아 이제 모든 시설을 교체할 시기가 되었고, 둘째 옛날에 지어졌고 주인이 직접 살지 않았던 집이라 집에 대해 너무 아는 것이 없었다. 처음부터 자세한 도면 같은 것은 없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때그때 해결했기 때문에 어떤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았다. 


요즘 짓는 집은 건축규제가 강력하여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집은 처음부터 잘 지어야 한다. 자재며 짓는 기술이며 요즘같이 발달한 시대에 이런 일로 걱정하다니....




도시에서 5일 전원에 와서 주말을 보내던 시절, 이렇게 5년 정도 지난 어느 날.


한 달 이상 장맛비가 내렸다. 주말에 집에 와 보니 부엌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 바닥이 흥건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니 한심했다. 

드디어 이 집을 팔든지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돈으로만 생각한다면 고치는 것보다 새로 짓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몇 년간 가족의 휴식이나 추억이라는 개념으로 마음 들여 가꾸어 왔는데 그냥 헐거나 팔기에는 너무 아깝고 정성이 많이 들었다는 생각에 이르자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우선 전원생활에 익숙하게 된 남편이 아파트에서 잠시도 머무르려 하질 않았다. 일이 있어 아파트에 오면 빨리 가야 한다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파트가 제 집 같지 않은 것이다. 사람이 애착관계가 형성되듯이 장소도 애착관계가 형성된 쪽이 편하게 느껴진다.



 

우선 전문가를 불러 물어보기로 했다. 


여기저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손을 봤는데 지붕에서 물이 이렇게 새는데  근본적으로 이 집의 문제가 무엇인가? 과연 고칠 수는 있는가?  고치려면 비용과 시간은 얼마나 들 것인가? 등등 조언을 구했다.

그런 다음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집의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꼼꼼히 살펴봤다.


천정에 물이 모이는 원인은 두 가지로 유추할 수 있다. 


하나는 빗물이 갈라진 틈으로 스며들어 천장에 모인 물이 떨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하수도나 온수파이프 등 배관이 낡아 터진 곳으로 물이 나와 천장에 고이는 것이다. 이 둘 중 어느 것이 원인인지 뜯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언젠가도 배관 이음새가 터져 2층 한방이 물바다가 되어 수리한 적이 있고 추운 겨울이 지난 어느 해 봄 온수 배관이 터져 수리한 적도 있다.


두 번째는 1층 바닥을 처리하는 일이다.  이곳은 물가에 있으므로 평소에도 다른 지역보다는 습기가 많다. 3년 전 비가 많이 온 여름날 현관에 물이 고인 적이 있다. 습기가 많은 지역이라 생기는 문제 치고는 다소 많지 않은가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배수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현관 앞 잔디마당의 배수구가 현관 앞쪽에 있었다. 비가 많이 올 때 관찰하니 그곳에 물이 고였고 잘 빠지지 않아 살펴보니 배관이 막혀 있었다. 그때 배관과 집수정을 정비했다. 물이 고이는 것은 확실하게 줄어들었고 작년 재작년 여름에 크게 비가 오지 않아서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집수리 할 때 이 문제도 확실하게 잡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난방의 문제다. 이 집의 1층은 기름보일러이고 2층은 심야 전기보일러다. 20여 년 전 국가에서는 심야시간에 남는 전기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심야 전기를 싸게 해 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심야 전기료가 많이 올라 전기료에 대한 메리트가 없어졌다.  그리고 밤에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불편만이 남아 이를 다른 방법으로 대체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리고 온수관이 바닥을 통과하는데 누수의 원인이 이에 있지 않나 하는 추측이다. 요즘은 온수관 대신 전기선을 깔 수 있는 전기매트나 전기온돌패널이 잘 나와 있다고 한다. 따라서 가장 합당한 난방시스템을 결정하는 것도 이번 수리에 꼭 필요할 항목이다. 


이와 같이 전문가와 하나하나 문제를 짚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론에 이르렀다.


첫째 그동안 이 집으로 인해 즐거웠다고 생각하고 가격만 맞으면 집을 파는 방법, 둘째 기존의 집을 철거하고 새로운 목적에 맞게 다시 짓는 방법, 셋째 기존의 기본 골조를 살리고 형태를 유지하며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개축하여 예전과 같이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다음과 같은 단서를 붙여 세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이 집에 더 이상 돈을 들일 수 없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일단 살 수 있게 고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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