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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솜 Apr 09. 2024

집에 대한 나의 생각

나는 나의 주거사를 쓰기로 했다

나는 나의 주거사를 쓰기로 했다. 

다시 말하면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았던 집의 역사다. 

    

한 사람의 일생을 돌아보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중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의식주 중 住에 해당하는 집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살았던 지역, 살았던 집의 형태와 구조, 사회적 분위기, 생활하면서 느꼈던 느낌 등등을 적어보려고 한다.      


집은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 삶의 목적, 시대적 특징 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나의 주거 사는 한 개인의 집에 대한 궤적이다. 50년대 후반 태어나 경기 서울지역에서 살았던 나는 한국전쟁 이후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우리나라 주거환경을 다양하게 경험하였다. 이를 돌아보는 것은 개인적으로 의미 있을 뿐 아니라 아파트라는 주거형식으로 획일화되어가고 있는 우리 주거문화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될 거라는 바람에서 시작하였다.                




학교 다닐 때 우리 집은 서울 서쪽 변두리였다. 전철역에서 20분 이상 걸었다. 항상 전철은 만원이고 통학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우리 형제들은 불만이 많았다. 이러한 불만을 말하면 엄마의 반응은 황당했다. 마치 집이 자신이 싫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는 듯이 입에 손을 대고 그런 소리 하는 거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그런 소리하면 액운이 온다고 생각하셨다. 


나는 대명천지에 미신이라 생각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평소 아이들에게 말했다. 

     

“집은 엄마와 같은 거야. 엄마는 선택할 수 없잖아.

나를 낳아 준 엄마를 무조건 사랑하듯 내가 사는 집을 좋아해야 해.”     


아이들이 자라서 결혼을 하고 주거문제를 직접 겪으면서 가끔 나에게 불평했다.     

‘엄마가 현실을 모른다, 비싼 집은 비싼 이유가 있다, 그 이유로 인해 점점 오르기 때문에 2~3년 후면 집 사기가 힘들어진다. 그러기 때문에 빚을 얻어서라도 조금이라도 나은 집을 사놔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경제교육이 중요하듯 어릴 때부터 부동산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만약 엄마가 부동산에 신경을 썼더라면 우리는 지금보다 세배는 부자가 되었을 거'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내가 우리 엄마의 집에 대한 생각을 미신이라고 여겼던 거처럼 우리 아이들이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을 내려놓을 수 없다.      




집은 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집보다 나은 장소는 없다. 집은 오래된 가옥이며 이웃이며 고향이며 넓게는 조국이다. 사람들은 집에서 오랜 시간 머물고 많은 일들이 이루어진다. 경험의 공간이다. 대부분 무의식의 순간도 집 안에서 경험한다. 사람들은 집에서 편안함 안락함을 느낀다. 


아이가 태어나서 최초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엄마다. 엄마와의 관계는 그 어떤 사람보다 끈끈하다. 우리는 이것을 애착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집은 아이들이 엄마와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상당히 비슷하다. 오랜 시간 안전하게 머물음으러써 애착관계가 성립한다. 우리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자랄 때 형성된 지역과의 애착관계가 끊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공간은 개방적이고 자유로우며 다소 위협적이다. 삶은 집이라는 공간에서 오랜 시간 자신의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장소는 고요하고 개인들이 부여하는 가치들의 안식처이며 안전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삶의 중심이다. 즉 집이라는 장소는 자신의 공간으로 만들어진 실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의 폐허가 아직 복구되지 못했던 시절에 태어난 집 도시한옥, 인구의 서울 집중으로 확장되는 도시 외곽의... 주택.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도움을 받았던 이웃들과 함께했던 주공아파트, 3대가 함께 살았던 2층 양옥, 신도시 고층아파트, 지금 살고 있는 전원주택까지.....


돌아보니 나는 머물러 있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성장하고 시대적으로는 발전했던 시대 주거환경을 다양하게 경험했다. 집에서 산다는 것은 우리가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공간이다. 경험을 통해 미지의 공간은 친밀한 장소로 바뀐다. 낯선 추상적 공간에서 의미로 가득 찬 구체적 장소가 된다. 


평소 머릿속에 있던 이러한 공간들이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면서 더욱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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