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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Jan 26. 2023

그냥, 사랑하게 해 주세요

밤에 우리 영혼은(켄트 하루프, 뮤진트리, 2016)

한껏 황혼의 아름다운 로맨스에 푹 빠져 있다가 비눗방울 터지듯 사그라지는 모습에 다소 뒷맛이 헛헛하다.


그냥 사랑하게 놔두면 안 되나.


사랑에는 국경도 없고 성별도 없고 나이도 없다? 해본 사람들은 안다. 이것저것 얼마나 얽힌 것들이 많은지. 뒤에서 수군대거나 아예 대놓고 '나는 이 사랑 반댈세!' 외치는 상황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되고.


그냥 좀 사랑하게 내버려 두면 안 되나.


과감하게 용기를 낸 애디와, 주저했지만 결국 함께 용기를 낸 루이스를 보며 그저 참 좋았다. 뜨거울 필요도 없이 일상의 밤을 함께 보내며 서로를 속삭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그 자체로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엄마, 아빠의 갈등 때문에 할머니에게 맡겨진 제이미가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안정감을 되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랑이 곧 치유였으니까. 그러니,


정말 그들을 그냥 사랑하게 두면 안되나.


'그래요. 우리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죠. 우리 나이에 아직 이런 게 남아 있으리라는 걸 이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아무 변화도 흥분도 없이 모든 게 막을 내려버린 게 아니었다는, 몸도 영혼도 말라비틀어진 게 아니었다는 걸 말이에요.'


두근거림 하나 없는 삶은 그 자체로 두렵다. 죽음보다 더. 두근거림이 없다면 그 삶은 이미 박제나 다름없는,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차가운 심장마저 존재했던 기억을 잃어버린 생명과 같지 않을까. 어렵게 다시 피워 올린 노년의 사랑. 그리고 삶의 에너지. 그걸 꼭 비비고 꺼야만 속이 후련할까.


그냥.

사랑하게 해 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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