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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Feb 08. 2023

팩트와 허구 사이, 권력의 유효 기간은 얼마나 될까

충칭의 붉은 봄(서명수, 서고, 2021)

"정변을 도모하는 것은 목숨을 내거는 일이다. 한 사람이나 한 무리가 아닌, 한 시대의 운명을 뒤바꿀 수 있는 시대의 요청을 받아야 한다. 단순한 군사정변이 아니라 민심의 정변이어야 한다. 그렇게 민심을 얻어야만 새 시대를 여는 새로운 황제로 등극하게 되지만 한 치의 오차라도 생긴다면 반역의 수괴, 대역죄인으로 전락하고 만다." ('두 원로' 중, p.182)


2010년대 초. '보시라이'라는 이름이 국내 정치인의 입에서 언급되는 것을 처음 들었다.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로서 주가가 치솟고 있다는 극찬이었다. 하지만 불과 2~3년 후. 그는 완전히 몰락했고 조용히 사라졌다. 그리고 잊혔다.


책 표지에 적힌 '다큐소설'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소설로 구성한 것이라는 사전적 용어다. 하지만 읽다 보면 어디서부터가 다큐멘터리고 어디까지가 소설인지 헷갈린다. 물론 등장인물은 모두 실존했던, 또는 여전히 실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중국의 다양하고 복잡한 정치적 상황과 인물 간 관계도, 기구 및 기관별 특성을 워낙 사실감 있게 표현하다 보니 진실과 허구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경우가 많아 헷갈리는 것이다. 탄탄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허구적 상상력 어느 공간에라도 갇힐 것 같다. 허구인데 진실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으니 그 부분을 단단히 주의하며 읽는 게 필요하다. (저자 역시 그런 점을 우려한 것인지 소설 시작 전에 허구임을 '거듭' 밝히고 있다)


보시라이 스토리는 매력적이다. 덩샤오핑이 구축해 놓았던 집단지도체제 전례를 깨뜨리고 세 번째 연임기를 시작한 시진핑의 첫 등장 무렵, 야심만만하게 대권을 꿈꿨던 정치인이 바로 보시라이다. 그가 추진했던 창홍따헤이의 모습도 지금 시진핑이 중국 전역에서 벌이고자 하는 캠페인의 원형일 수 있다. 보시라이가 만들었던 대권 획득을 위한 방법을 10년도 더 지난 지금 시진핑이 흡수하여 세 번째 연임기를 견고하게 만드는 데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몰락했다. 세상에 태양이 2개일 수는 없으니까. 호랑이 사냥을 당한 보시라이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현재 '편안하게'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당적은 박탈당했고 모든 지위는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쳤으며 부인과도 이혼하는 등 사실상 사회적 거세를 당했지만 건국 유공자 2세대라는 금수저만큼은 남았다.


시진핑의 세 번째 연임기는 일단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인다. 물론 전례를 깨고 장기 집권의 길에 들어선 만큼 불확실한 요소 또한 차고 넘친다. 감옥에 갇힌 호랑이 역시 어떤 식으로 또 다른 기회를 잡게 될지 모를 일이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이기는 법이니까.


물론 그 마지막에 웃는 자의 권력이 얼마나 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적어도 지금 중국에서 마지막 웃음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시진핑이다. 그렇지만 차기 후계자도 점칠 수 없는 지금, 시진핑의 다음이 어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재미있게 읽었다. 중국 현대사 100년의 얼개도 대략 알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여기저기 활용되어 있는  사진에 설명이 좀 붙어 있다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개정이나 증보가 계획되어 있다면 그런 부분이 좀 수정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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