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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Jul 31. 2023

공멸 or공존을 결정할 마지막 골든타임

인구 미래 공존(조영태, 북스톤, 2021)

합계 출산율 0.78의 시대다.


지난 15년간 280조를 쏟아부었지만 극적인 반전은 없었다. 오히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파르게 초초고령화 시대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왜일까.


만인은 평등하지만 인구감소의 영향은 평등하지 않다. (p.17)

미래 판단의 기준은, 당연히 미래가 되어야 한다. 현재가 아니다. (p.277)


책의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에서 한 문장씩 가져다 모아 놓으니 답을 알 것 같다. 미래를 기획하고 준비해야 할 지금의 세대가 판단의 기준을 미래에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구감소의 영향이 모든 세대에 걸쳐 동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살고 있는 핵심 세대들은 그들의 입장에서, 또는 과거의 입장에 견주어 미래를 설계했으니 실패는 당연할 수밖에.


'나 때는 단칸방에서 시작해서 애 둘 낳아 잘만 키웠는데, 요즘 청년들은 그런 근성이 없어'라고 하시는 분들, 틀린 말씀이다. 요즘 청년들은 그런 근성이 없는 게 아니라, 아이를 낳아 키우는 조건에 대한 판단 기준 자체가 다르다. (p.69)


청년들이 오늘을 사는 판단 기준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엄밀히 말해 '보고 배웠다.' 무일푼으로 시작하더라도 꾸준히 성장하는 '우상향'의 삶을 추구했던 이전 세대들은 지금의 청년세대들에게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성장한 청년들에게 있어 결혼해서 내 자녀에게 지원할 최소한의 조건이 과연 그보다 낮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부모란 적어도 나보다 자식이 더 잘되길 바라는 게 인지상정이니까.


그런데 이들에게 '보통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비용 자체가 너무 커졌다. 고도화되는 경쟁,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눈높이의 오름세, 어느 정도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하는 부모의 역할에 대한 높아진 기회비용 등이 출산을, 결혼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라 몰아붙이는 게 맞을까. 그것을 수용하지 않는 것이 정말 청년들만의 탓일까.


인식의 미흡과 정책의 실패는 결국 '정해진 미래'를 현실로 불러오고 있다. 저자는 인구 절벽을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시점을 2030년으로 보고 있다. 이 책이 2021년에 나왔고 벌써 2년이 지났지만 그 사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잡히지 않는다. 여전히 수요가 아닌 공급자 관점에서 , 미래가 아닌 과거와 현재의 관점에서 정책이 수립되고 비판을 받기 일쑤다.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반드시 필요한 정책들이 설익은 채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최소한 10년을 두고 준비되어야 할 고민과 투자가 방향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에서 '각자도생'해야만 하는 현실로 나아가고 있다. 저자 역시 '70대까지 나를 지켜줄 경쟁력을 기획하자.(p.242)'며 자조 섞인 주장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국가가 나를 위해, 후세대를 위해 무엇을 해주길 기다리다가는 무엇도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씁쓸하게 동의의 한 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현행 제도와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외국인이나 동포들의 이주로 2030년의 인구절벽을 막기보다는, 우선은 내국인을 대상으로 노동시장의 구조를 바꾸어 인구절벽 시작 시점을 2040년 뒤로 미루고, 그사이에 외국인의 이주 혹은 또 다른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인 공존 전략이다. (p.269)


저자의 위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더 늦기 전에 정책의 우선순위가 재설정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노동시장의 구조 재편을 통해 인구절벽의 시작 시점을 다소간이라도 늦추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현실적이고 절실해 보인다. 어떤 정책이 준비되고 실질적으로 집행이 되는데 최소 6~7년이 걸린다고 가정할 때(사회적 합의의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어쩌면 2023년 내지 2024년은 공멸이냐 공존이냐를 결정할 마지막 골든타임일지도 모르겠다. 제발 위정자들은 이 부분을 고려해 줬으면 좋겠다...


인구감소는 정해진 미래이지만, 인구는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어떤 인구가 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p.214)


막연히 인구절벽의 공포에만 휩싸일 것도 아니다. 어차피 인구감소는 극적인 반전 없이 피할 수 없고, 그 극적인 반전은 일어날 수 없다. 단순히 '숫자'에서 벗어나 흐름에 따른 공존의 무게중심으로 바꿔가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인구학은 그 객관적인 준비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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