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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극단에 빠진 한국 사회의 위험한 줄타기

새로운 주류의 탄생(고재석, 동아시아, 2024)

by 서툰앙마 Dec 13. 2024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사명감이 커질수록 역설적이게도 '청와대 정부'의 성격이 짙어진다. '복지부동하는 공직사회'와 '발목 잡는 야당'이란 프레임이 내면화한다. 이들과 맞서려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통치 구조를 더 단단히 다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미끄러질 개연성이 생긴다. 남는 결과는 정치의 실종이다. - 저자


나가는 말을 통해 이야기한 저자의 우려가 현실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12월 3일. 태어나서 직접 겪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계엄 정국이 펼쳐졌다. 어떤 이유로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저자의 우려를 통해 어렴풋이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추측해 볼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정답은 모르겠다. 비록 전 국민의 밤잠을 설치게 만든 긴급 상황은 6시간 여 만에 종료됐지만 그 후폭풍은 실로 어마 무시하다. 하지만 정작 사태를 만든 정본인은 '고작 1~2시간 만에 끝난 계엄이 무슨 내란이냐'며 이미 악마로 규정한 야당과 국민을 향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버틴다.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은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무책임한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리라. 그리고 무책임이든 무능이든 현 대통령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 있을 수도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수많은 이유와 원인이 있겠지만 단연 그 중심에는 극단적인 혐오가 존재한다.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중간 지대 없는 대립과 복수의 반복이 결국 괴물을 만들고 혼란을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괴물 하나만 물리치면 모든 게 해결될까. 이 절망스러운 상황이 완전히 종결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작금의 상황은 구조적이고 추세적인 결과물이라고 본다. 근본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집단 지성이 발휘되어야 할 때다.


현직 언론인인 저자가 올해 초 18명의 인물들과 나눈 대화를 엮은 게 이 책이다. 김종인, 이준석, 오세훈, 유승민, 금태섭, 김세연, 안철수, 이동학 등의 정치인과 최병천, 조성주, 신기욱, 김용범, 임지현, 리종일, 김규항, 이창위, 손낙구, 이정동  등의 전문가 그룹이 그들이다. 최대한 정치색은 빼고 중립 지형 속에서 혼란스러운 시대를 향한 그들의 충고와 조언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물론 모든 주장과 제안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총체적 난국에 빠진 대한민국의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인사이트를 곳곳에서 제공해주고 있음은 틀림없다.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으로 벗어나 다양한 시각에서 비판과 조언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18명과의 대화는 분명 의미가 있다.


저자가 바라는 것은 자명하다. '빨갛지도, 파랗지도 않은 민주주의'라고 들어선 뒤 '고독하게 결단하는 대통령을 넘어' 나가는 저자의 글 속에서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분법적 분할을 넘어선 새로운 체계로의 염원이 드러난다. 우리 사회에는 그런 염원을 가진 사람들이 목소리를 더 많이 내야 한다. 중간 지대가 힘을 가질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중용과 타협의 여지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월 3일 이전으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대한민국은 나아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회복 탄력성을 갖춰야 한다. 이대로는 안된다. 제발, 이성을 갖고 이야기하자.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전진. 그게 절실한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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