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 속의 연대, 세상을 지탱하는 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김기태, 문학동네, 2024)

by 서툰앙마
때로는 시시하고 때로는 끔찍했으며 결국에는 죄다 망해버린 연애들이 있었다. 초라하게 사라진 나라들조차 폐허 어딘가에는 영광을 남기는 것처럼 그 연애들에도 부정할 수 없는 순간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저렴한 각본으로 사랑하느니 다른 이름을 붙이고 싶었다. (중략) 두 사람이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우리는 친한 사이야."
-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중에서
만약 당신이 단지 생존하기 위해 그렇게나 일하는 데에 지쳤다면, 더 많은 삶을 사랑하고 창조하는 데에 쓰고 싶다면, 자신이 자유로운 인간인지 의심해 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우리다. (중략) '우리는 가능하다'. - '로나, 우리의 별' 중에서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2024년 젊은 작가상 수상, 2번의 이상 문학상 수상 등 화려한 경력과 평단의 극찬.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그냥 지나치기 힘든 작가다.


첫 소설집이다. 화려한 평가의 이유는 충분히 알겠다. 김기태의 시선은 항상 평범한 사람들에게 향하고 그가 만드는 무대는 동떨어진 상상 속 세계가 아닌 정말 리얼한 지금, 여기, 대한민국을 발판으로 삼는다. 녹록지 않은 현실을 버텨나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에 집중하고 이를 응원하는 작가의 마음은 결코 작위적이거나 화려하지 않아 좋았다. '보통의 연대'가 가진 은은한 힘을 문장 사이사이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동시에 걱정이 앞섰다. 너무 큰 관심과 극찬의 무게에 짓눌려 부담을 갖지나 않을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작가 또한 '연대'의 힘을 믿고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 여러 모습의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연대해 줄 테니까. 응원의 힘은 일방적이지 않다.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더 거대한 확장력을 갖는다. 김기태라는 작가의 새로운 도전에 힘을 보태고 싶다. 머물지 말기를.


"기립하시오!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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