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평전(안네마리 쉼멜, 늘봄, 2014)
목마른 사람만 물을 찾는 것이 아니라오.
물도 목마른 사람을 찾고 있다오.(p.28)
살구 씨의 알갱이만을 땅에 심으면 아무것도 싹트지 않는다. 껍데기로 싸여 있는 것을 통째로 심어야 싹이 트는 법이다.(p.43)
꽃과 정원 속에서 살고 싶거든 모든 사람을 사랑하여라. 그대가 모든 사람을 적으로 삼으면, 적의 이미지가 그대를 떠나지 않을 것이고, 그대는 밤낮없이 뱀과 가시덤불 한가운데에서 배회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성인들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모든 사람을 선하게 여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p.160)
사랑은 죽은 것 같은 빵을 영혼이 되게 하고, 덧없는 것을 영원한 것 곧, 영혼이 되게 한다.(p.209)
한국에서 이슬람 문학을 접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소개되어 있는 절대량도 부족하지만 왠지 모르게 멀고 낯선 느낌이다. 잘랄루딘 루미라는 이름은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그는 이슬람 문화권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철학자와 시인, 문학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위대한 인물이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셰익스피어와 비교할 정도의 문학가인 데다 코란만큼 영향력이 큰 시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루미평전'은 이슬람 문화와 수피즘, 루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안네마리 쉼멜이 쓴 책이다. 서구에 소개된 루미에 대한 책 중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그런 연유다. 루미 작품에 담긴 세계관과 철학, 가치를 가장 심도 있게 풀어냈다는 평이다.
루미의 여러 시들은 단순히 신에 대한 찬양이나 숭배로 귀결되지 않는다. 특히 그의 모든 시들에 녹아 있는 핵심 가치로서의 '사랑'이란 종교적 의미를 넘어, 존재하는 모든 것의 근본적 에너지로 작용하는 도구이자 목적이다. 그래서 강력한 유일신 사상으로 무장되어 있는 무슬림의 범위조차 넘어서 모든 종교, 지역, 계층에 적용할 수 있는 열린 해석이 가능하다. 그게 오랫동안 전 세계에 걸쳐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죽은 듯 무의미한 것에도 숨결을 불어넣는 게 사랑이다. 그 방향이 특정한 대상을 향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 특정한 대상을 사랑하기 위한 나의 노력 또한 나를 나로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 된다. 이러한 사랑의 양방향성이야말로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한 힘이 될 것이다.
두고두고 곱씹으며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구절이 가득해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