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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May 15. 2019

있는 그대로 살 수는 없을까

'보통의 존재(이석원, 달, 2010)'를 읽고

"나는 어쩌면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같은 부류가 아닐까 한다. 색색깔의 꽃들이 피어 있는 아름다운 산책길을 걸으며, 그는 그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하고 오로지 소멸의 안타까움 속에 빠져들곤 했으니까."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살 수는 없을까. 미리 고민하며 살 필요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당장을 즐기지 못한 채 다가오지도 않은 것들을 걱정하며 살곤 한다. 사랑도 마찬가지. 이별의 아픔을 겪었다고 다시는 사랑 따위 하지 않겠다 다짐하고서도 또다시 반복하는 것도 어쩌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일지 모른다.


분명 소멸하겠지.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게 마련이다.

이 모습이 있으면 저 모습도 있는 법이다. 어차피 난 여느 보통의 존재와 다름 아니다. 소멸할 존재고 시작과 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다. 애써 부정하려 몸부림치다 보면 그 자체로 늪이나 다름없다.


"활짝 핀 꽃 앞에
남은 운명이
시드는 것밖엔 없다 한들

그렇다고
피어나길 주저하겠는가."


어차피 시작은 우리 의지로 할 수 없었다. 끝 또한 정해져 있다. 그렇다고 시작을 부정할 텐가. 끝을 회피할 텐가.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너도, 나도 같은 시작과 끝 사이에서 끊임없이 몸부림치는 똑같은 존재일 뿐이다.


"청소년들이여, 꿈이 없다고 고민하지 마라.
그럼 관객이 되면 되니까.
그뿐이다."


그래. 그뿐이다. 피어나야 할 때가 되면 누구나 피어난다. 예쁘든, 추하든 그건 그 나름의 피어남이다. 꿈꾸어 아름답게 피어야만 한다는 강요는 나의 시선으로 그를 가두는 것일 뿐이다. 사랑 또한 그러한 것이다.


꼭 무엇이 될 필요는 없다. 바라보는 사람도, 그저 바라볼 수 있는 사람도 누군가는 할 몫이다.

"본질을 아는 것보다, 본질을 알기 위해
있는 그대로를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것이 바로 그 대상에 대한 존중이라고."


어차피 알 수 없다.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중에서는 어쩌면 합의된 개념에 불과한 것들이 많다. 다만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 물론 그 노력 또한 나에게만 향해야 한다. 노력을 자칫 결과로 틀 지우려 하면 그 또한 속박이다.


"진정으로 굳은 결속은
대화가 끊기지 않는 사이가 아니라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사이를 말한다."


있는 그대로 둘 수 있다면 침묵으로도 불편하지 않을 수 있다. '보통의 존재'란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우리 각각의 본질이다. 굳이 특별한 존재로 누군가를 가둬둘 필요는 없다. 그렇게 각자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어쩌면 비로소 우리는 결속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쉬우면서도

지극히 어려운

보통의 존재로

서로

자리매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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