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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Jun 21. 2022

사라질 것을 담담히 인정하면, 어쩌면 그게 탈출구일지도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주란, 문학동네, 2021)을 읽고

“지난날들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밤. 그날들은 지나갔고 다른 날들이 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사실에 잠시 안도했던 적이 있었으나 어쩌면 그 사실이 싫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언제든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모든 날들을 비슷하게 만들며 살고 싶었다. 나 혼자 그런다고 되는 게 아닌 걸 알면서도.”(한 사람을 위한 마음, 38p.)


“바람이 불어왔고 또 바람이 지나갔다. (중략) 앞으로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두에 대해 절대로 아는 척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바람이 부는 것처럼 우리는 사라질 것이니까.”(사라진 것들 그리고 사라질 것들, 179p.)


“어제도 없고 오늘도 없어서 내일도 없을 하루라고 했다. 이런 오늘이 어제였고 내일이 되니까.”(나 어떡해, 235p.)


지독한 쓸쓸함이다.

건조한 자기 고백이다.

그런데 공감이 가고 위로를 받는다.


어쩌면 억지로 움켜쥐고서

어찌할 바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냥 놓아도 괜찮다고,

한발 떨어져서 바라봐도 괜찮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지나갈 것들,

잃어버릴 것들을 인정하게 되면

오히려 받아들이기 쉬운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오히려 인정하려는 그 시도가

힘겨운 삶을 지탱하고

누군가와 함께 기대며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각기 다른 소설들을 모아놨지만

하나의 스토리 라인처럼 보이는 것 또한

그러한 맥락과 원동력이 공통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인 것 같다.


작가의 섬세한 시선과 담담한 화법,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위로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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