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옹 우렁차게 우는 소리에 놀라 나는 방에서 엄마는 주방에서 달려 나왔다. "뭐야 복돌이 어디서 우는 거야."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가니 거실 오디오장 옆 작은 공간 사이에 껴있는 엉덩이가 보였다. "으이그~복돌아 거기 왜 들어갔어." 들어 올려 안아주니 웃으며 헥헥거린다. 놀다 보면 그럴 수 있는 거니깐 작은 해프닝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복돌이는 그곳에 자꾸만 들어가려 했고 들어가면 나오지 못해 낑낑거리다 오~옹 하고 울었다. "복돌아 넓은 데서 놀아 넓은 데서~ 왜 구석으로 들어가는 거야."
구석도 깊숙하게 들어간 것이 아니고 머리만 살짝 들어간 거라 조금만 뒷걸음치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곳인데 나오지 못하니 이상했다.
"엄마 왜 못 나올까?"
"이제 나이 들어서 그렇지. 나이 들면 원래 그래. 방향감각도 없어지고 모든 게 느려지는 거야."
개르신이지만 얼굴만 보면 아직도 아기 강아지 같아서 복돌이가 스무 살인걸 종종 잊어버린다. 그때부터 우린 복돌이가 껴있을 만한 공간은 대부분 막고 방해가 될 물건들은 치웠다. 하지만 집안 살림을 모두 비워내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는 공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눈앞에 보이지 않고 타닥타닥 걷는 소리가 10분 이상 들리지 않으면 복돌이를 찾았다. 어딘가에 끼어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복돌이와 우리는 하루에 몇 번씩 숨바꼭질을 했다.
꼭꼭 숨어라 복돌이 털 보일라.
"복돌이 어딨니?
요깄나~
요깄나~
요깄다."
구석지고 끼어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니면 그곳에 복돌이가 있었다. 벽을 앞에 두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가만히 서 있거나 구석진 공간에 끼어있었다. 이유는 앞으로만 가려고 해서 그렇다. 뒤로 가는 법을 잊어버린 거 같다. 어릴 땐 구석진 공간에 들어가거나 앞에 장애물이 있어도 귀여운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뒷걸음질로 나오거나 몸을 동그랗게 말아 빙그르 돌아 나왔는데 이젠 잘 되지 않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똑똑했던 녀석이라 이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이럴 때 복돌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복돌이도 속상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 마음이 짠하다.
'괜찮아 복돌아 앞으로만 걸어도 잘 걸으면 괜찮아. 후진은 누나가 해줄게.'
누나, 복돌이 되게 잘 찾지?
복돌이가 누나 찾기 전에 누나가 먼저 찾을 거야.
근데 누나가 먼저 못 찾을 때도 있어 그럼 오~옹 하고 누나 불러 알았지?
빠져나오려다 진빼서 누워있고 그럼 안돼! 누나 저번에 엄청 놀랐어.
복돌아 느려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느리게 아주 느리게 느려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