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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징 Jun 19. 2021

우리의 대화법

소파에 등을 기대고 거실에 다리를 쭉 펴고 앉아 TV를 보고 있는데 복돌이가 다가왔다.

바짝 다가와 허벅지 위로 고개를 쑥 밀고 들어와 그대로 서 있었다. 

"복돌이 왔어?."

쓰담 쓰담해주었는데도 가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주물러 달라고?"

목 뒷덜미를 조물조물 주물러 주니 시원한지 자리를 잡고 그대로 누웠다. 

"더 주물러?"

양쪽 귀를 손으로 움켜 쥐었다 늘리듯 당겨주고 등위에 양손을 갖다 대고 통통 튕기듯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간다. 앞다리 뒷다리 근육도 꾹꾹 눌러가며 조물조물 주무른다.  

"복돌아 시원해?" 물으면 노곤 노곤해진 복돌이 표정이 시원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엄마가 이모들과 여행을 떠나 3일간 집을 비운적이 있었다.  

첫째 날 밥도 잘 먹고 산책도 잘하고 잠도 잘 잤다. 그래서 복돌이 걱정 말고 이모들이랑 신나게 놀다 오시라고 복돌이 밥 먹는 사진, 산책하는 사진을 보내드렸는데 둘째 날부터 갑자기 낮에 아무 이유 없이 우우웅 서럽게 우는 거였다. 아무래도 엄마가 보고 싶어서 우는 거 같았다. 

"복돌아 엄마 보고 싶어? 누나 있잖아 누나 엄마 내일 올 거야." 말해줘도 단단히 삐졌는지 셋째 날은 아예 화장실 앞에 웅크리고 누웠다. 평소 이렇게 웅크리고 눕는 녀석이 아니라서 엄마 데리고 오라고 시위하는 거 같았다. 

엄마가 집으로 출발했다는 연락이 와서 웅크리고 있는 복돌이 사진을 보냈다.

'엄마 복돌이가 엄마 보고 싶은가 봐' 

여행에 다녀온 엄마는 오자마자 복돌이부터 찾았다. 

"개아덜 작은 누나만 좋아하는지 알았는데 엄마 보고 싶었어?"

복돌이를 향해 말하는 엄마의 표정과 목소리가 밝다.

그날 복돌이는 엄마 겨드랑이 옆에 딱 붙어서 꿀잠을 오래 잤다. 

복돌이랑 같이 있으면 혼자 계속 떠드는데 일방적인 나의 떠듬인지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됐다.

우린 각자의 방식으로 대화를 하는 중이라는 걸 말이다.

나는 소리로 말하고 복돌이는 행동으로 말을 한다. 우리는 그렇게 대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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