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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징 Jun 10. 2021

밥만 잘 먹는다면 얼마든지 좋다

인터넷 창에 검색하니 새끼 강아지는 종이컵 1/3쯤 사료를 담아 주면 적당하다고 나와있었다. 

그렇게 밥을 주던 어느 날 아가복돌이가 베란다에서 울었다. 사료봉지 앞에서 울었다. 

"머~~ 어~~ 어~어~엉."

"왜 울지?"

"배고파서 우는 거 같아!"

밥을 더 주자 아가복돌이는 허겁지겁 사료를 흡입했고 그 모습을 본 우리는 귀여워 웃었지만 미안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강아지를 작게 키우기 위해 소량의 밥을 제공하는 건 아닐까란 의심이 들어 인터넷에 나와있는 정량대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도록 자율급식으로 밥주는 방법을 변경했다.

다행이 복돌이는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았고 적당량을 조절해서 먹을 줄 알았다. 자율급식을 시작해 19살 때까지 한 번도 과체중이 된 적도 마른 적도 없는 적당한 체중을 유지했다. 식탐많은 누나와 다르게 이 녀석은 식탐이 없었다. 밥 달라고 울던 모습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 이후로는 절대 볼 수 없는 모습이여서 더 애틋한 기억이 된건지도 모른다. 


전세 역전이 되었다. 밥을 더 달라고 울던 아가복돌이는 19살 노견이 되었고 더 이상 밥을 더 달라고 울지 않는다. 밥을 건너 뛰면 밥 먹자고 누나가 밥그릇을 들고 복돌이를 따라다녔다. 복돌이 공복이 제일 두렵기 때문이다. 한끼를 건너뛰면 잠을 평소보다 오래 잔다. 떠날 때가 되면 곡끼를 끊는다는 말을 그쯤 난 제일 두러워했다. 기승전 복돌이 밥밥밥을 외치지 않을수가 없었다. 한알 한알 사료를 먹이는 수고로움 따위는 얼마든지 좋았다.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는 개버릇을 잘 못 들인거라고 굶기면 잘 먹는다고 말한다. 나도 10살이었다면 밥투정을 하거나 밥을 한 끼 건너 뛰어도 다시 잘 먹을 때까지 밥을 굶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9살은 다르다.  노견은 한 끼만 걸러도 비틀비틀 뒷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는다. 개버릇 잘못 들인 거여도 좋다. 밥을 먹어주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좋았다. 입맛이 없어 밥을 먹으려고 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먹이려고 했다. 간을 최대한 자제시켜 치킨도 주고 족발도 주고 삼겹살도 주고 그랬다. 그 중 최애는 순대줄 때 주는 간과 에그타르트였다. 동물병원 선생님도 노견이라 밥을 잘 안 먹을 수 있으니 꼭 사료가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것을 먹여 끼니를 건너뛰지 않는거라고 하셨다. 



복돌아 걱정마!! 복돌이 밥은 누나가 책임질거니깐.

우리 밥 거르지 말고 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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