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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징 Jun 03. 2021

개르신이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어기정 어기정 뒤뚱거리며 걷는 복돌이와 산책을 하다 보면 모르는 누군가가 불쑥 말을 걸어왔다. 

"어디 아파요?"

"아니요. 나이가 많아서 그래요. 스.무.살.이.거.든.요."

걱정스러운 말투는 이내 부러움으로 바뀐다.

"스무 살이요? 관리 너무 잘하셨다."

"네 나이가 많아서 걷는 게 느리지 건강해요"

나의 어깨는 으쓱해진다. 복돌부심.


복돌이랑 산책 하다 보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복돌이의 건강을 걱정해주시는 분들을 만난다. 

대부분 강아지를 좋아하거나 강아지를 키우고 계신 분 들이다. 

쌩쌩 달리는 강아지들과 달리 유독 느린 복돌이가 궁금하고 걱정되셨나 보다.

어떤 날은 훈남 남자가 말을 걸어올 때도 있다. 조금 더 상냥해진 말투로 나는 답한다.  

"강아지 키우시나 봐요" 슬쩍 대화를 이어가 본다.


느린 복돌이지만 컨디션이 좋은 날엔 총총 빠른걸음으로 걷다가 우다다다다 달리는 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개그 코너에서 젋은 사람이 노인 분장을 하고 힙합을 추거나 팔팔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에 웃음이 나는 것처럼

복돌이가 달리는 날이면 나는 웃음이 난다. 

"오구 오구 복돌이 뛸 거야. 오구 잘한다. 오구 잘한다."



추신_청춘 복돌이와 산책할 때는 거의 끌려다니다시피 뛰어다녀서 항상 숨을 헐떡였었다.

그래서 산책을 엄마에게 미룰 때도 많았고 힘들어했었는데 지금은 그때의 산책이 너무 그립다.

누나가 그때 산책 많이 못시켜줘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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