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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징 Sep 28. 2022

발바닥 꼬순내를 다시 맡고 싶다

옷장 서랍 한 칸에 복돌이가 입었던 옷을 차곡차곡 개어서 넣어두었다. 겨울 산책이 추울까 봐 입혔던 핑크색 두툼한 파카, 복돌이 황금색 털과 잘 어울려 자주 입혔던 선인장이 그려진 노란색 나시, 차곡차곡 개어져 있는 옷들 중 맨 위에는 복돌이가 떠나던 날 입었던 내복처럼 생긴 아이보리색 순면 티를 두었다. 하루에 한 번씩 옷장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며 서랍도 열어 맨 위에 둔 아이보리색 옷을 쓰다듬었다. 보고 싶은 마음이 깊은 날엔 옷을 품에 안기도 하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복돌이 체취가 사라질까  빨지도 못하고 그대로 두었는데 서운하게도 복돌이의 꼬릿하고 고소한 냄새가 남아있지 않았다. 이 녀석이 냄새도 다 가지고 떠났다고 엄마도 서글프게 얘기했다. 떠나기 전까지 며칠이나 종일 입고 있던 옷인데 어떻게 냄새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느냐고 말이다. 보들보들한 털을 다시 만지고 싶 발바닥 꼬순내도 오래도록 맡고 싶다. 휴대폰을 켜면 화면속에서 동그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복돌이가 아장아장 걸어오지만, 책상 위에 둔 액자 속 복돌이는 벛꽃밑에서 헤벌쭉 웃으며 나를 바라보지만 그리움은 채워지지 않는다. 이별할 날을 준비하며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남겨 두었지만 더 찍어두지 못한 아쉬움과 이젠 사진으로밖에 보지 못한다는 현실 마주할 때 마다 눈가는 뜨거워진다.  

창을 통해 햇빛이 강렬하게 들어오던 그날도 환기를 시키기 위해 옷장문을 열고 서랍을 열었다. 아이보리색 내복을 쓰다듬는데 우리가 함께 있던 추억속으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나에게만 보이는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내복을 입은 복돌이 거실을 아장아장 걸어다니고 내 배위에서 같이 잠이 들기도 했다. 신기루처럼 복돌이의 모습은 한 순간에 사라지고 반듯하게 접혀 있는 옷만 손위에 남아있다. 그날따라 접혀있기만 한 옷 형태가 서운했다. 복돌이가 입고 있던 모습처럼 옷안에 손을 넣어 입체감을 만들어냈다. 그 순간 햇빛에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하얀 털을 보았다. 심장이 쿵하고 떨어졌다.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옷을 뒤집어 보니 그 안에 얇고 하얀 복돌이 속털이 목 부분에 조금 남아있었다. 털이 날아갈까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너무 좋아서 그리고 너무 그리워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복돌아 누나에게 선물을 남겨두고 가서 고마워.

 

그리움은 미안한마음으로 번다. 보고싶어 눈물이 터지고 나면 내내 마음에 얹혀있던  더 잘해주지 못해 후회되던 순간이 떠오른다. 복돌이가 그때 속상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고개는 더욱더 바닥으로 향하고 눈물은 뚝 떨어진다. 그럴때면 어김없이 복돌이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나 괜찮아. 그땐 조금 속상했는데 지금은 하나도 안 속상해.“ 내가 만들어 낸 것인지 말 복돌이 마음이 전해진건지는 모르겠지만 서서히 울음을 그쳐가며 난 이렇게 말한다. “고마워. 그리고 진짜 미안해. 복돌아 다시 만나면 누가 그땐 더 잘할게. 철없는 누나는 부탁의 도 전한다. 미안한데 나중에 누나 마중나올거지. 누나 꼭 마중나와야돼 알았지?”

 

복많게 살라고 복돌이란 이름을 엄마가 지어줬고 우리가족과 21년을 함께 살다 2022년 2월 3일 새벽 1시 22분에 강아지별로 떠났다. 내 강아지 복돌이 늘 그립고 보고싶다. 우리가 모르는 저 너머의 세상이 정말 있다 믿는다. 그곳에서 마음껏 뛰어다니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거라 믿는다. 그래서 가 이 세상을 떠나는 날 꼭 다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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