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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징 Sep 07. 2022

그리운 내 복돌이 잘 지내지?

'복돌아 잘 도착했어?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으니 좋지?

복순이랑 깜지는 만났어?'

복돌이가 보고 싶을 때면 하늘을 올려다보며 묻는다. 

그럴 때면 나의 바램은 소리가 되어 마음에 도착한다. 

'응 누나 잘 도착했어. 몸이 가벼워서 예전처럼 막 뛰어다닐 수 있어. 

복순이랑 깜지도 만났어.'

"그래 그럼 됐어. 우리 복돌이 아프지 않으면 됐어."

눈이 뜨거워지며 왈칵 눈물이 나오려 하지만 입술을 꾹 다물며 참아본다.

떠나기 한 달 전쯤부터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밥을 거부할 때도 많았고 스스로 걷는 것도 어려워졌다.

그래서 휠체어를 타야 했고 점점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들었다.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는 몸에 경련이 와서 응급실을 찾기도 했다. 경련이 와서 호흡이 힘들어지면 엄마는 코에 숨을 불어넣어주고 나와 큰 누나는 다급하게 주물렀다.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마음 아팠지만 보낼 수가 없었다. 우리는 욕심을 부리며 복돌이를 잡고 있었다. 겨울은 너무 추우니깐 장미가 피는 봄이 올 때까지만 함께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2월 3일까지였다. 5월이 되어 핀 장미를 보니 복돌이 생각이 더 많이 났다. 함께 장미를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다가도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 복돌이가 함께 있었으면 너무 힘들었을 거야. 잘 보내준 게 맞아. 그곳에서 복돌이는 이제 안 아플 거야.' 

결국 눈물이 툭하고 떨어지지만 입꼬리를 올려 억지로 웃어본다. 그래야 복돌이가 마음 편하게 그곳으로 갈 수 있고 지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사람인 나와 개인 복돌이는 2002년 8월 16일에 만나 가족이 되었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21년을 함께 살다 2022년 2월 3일 떨어져 살게 되었다.

나는 이 세상에서 복돌이는 무지개다리 너머 세상에서 살며 장거리 가족이 되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때가 되면 찾아온다. 내 삶을 다 살아내고 이곳을 떠나야 할 때 우린 다시 만날 거라 믿는다. 복돌이보다 먼저 떠난 복순이, 깜지가 복돌이를 마중 나왔을 것처럼 복돌이는 나를 마중 나올 것이다.


이 믿음은 나에게 위로가 되지만, 보고 싶은 마음까지 달래 주진 못한다. 그리움은 파도처럼 계속 밀려오는 건 아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갑자기 툭 마음을 건드린다. 그럴 때면 '복돌아'라고 불러본다. 우리가 함께 산책할 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을 때처럼 나는 하늘에 대고 복돌이에게 이야기한다. 사람의 기억은 일정 시간이 흐르면 큰 기억만을 남겨둔 채 세세한 기억은 흐릿해져 간다. 문뜩 그렇게 되면 그것이 서러울 거 같아 기억이 선명할 때 나와 복돌이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남겨놓고 싶어졌다. 시간이 흘러 잊는 방식으로 애도하는 것이 아닌 시간이 흘러도 기억하는 방식으로 애도하고 싶다. 


"복돌아 가끔 누나 꿈에 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나가 울어서 미안해. 점점 괜찮아질 거야. 그러니 복돌이 잘 지내고 있어. 우리 다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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