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인천국제마라톤 풀코스 (251123)
나의 생애 첫 풀코스에 도전한 마라톤이자, 1회 대회를 맞이한 인천국제마라톤에 대한 참여 후기이다.
(2025년 11월 23일 대회 후 작성글)
대회 2주 전 독감에 심하게 걸려서 그 후유증으로 훈련을 전혀 못했고 어제까지도 고열과 담에 시달려서 참가를 망설였지만,
막상 풀코스 출발선에 서니 진짜 강한 사람들만 모인 것 같아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세와 동지애 같은 것이 썩 나쁘지 않았다.
코스가 인천 서쪽이라 거센 서해 바닷바람과 뿌연 미세먼지가 콤보였는데
22K 넘어가면서 맞바람으로 바뀌어 대미지가 와서 페이스가 떨어졌고
중간에 포기하는걸 100번 정도 생각했지만,
여기까지 뛴 게 아까워서 1킬로씩만 더 가보자고 200번 다짐했다.
나의 연습 최장거리였던 28K부터는 울고 싶고 100미터마다 시발 소리가 나왔고
33K쯤 다리와 온몸에 경련이 나 걷기조차 힘들어졌을 때
거리의 시민들이 파스 뿌려주고 이름을 외쳐줘서 차마 포기할 수 없었다.
37K부터 막판까지 끝없는 업힐이 있는 어이없는 코스가 이어졌는데
제발 끝까지 갈 수 있기만을 빌면서 쥐 나는 다리를 붙잡고 걸다가 뛰다가 하며 기어이 올라갔다.
기어이 42K를 넘어 운동장 트랙 끝에 피니시라인이 다가오자 갑자 너무 웃음이 나면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미친 듯이 질렀고
응원온 관중들도 모두 크게 박수치고 환호해주었다.
4시간 40분 동안 수없이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어떤 것도 머릿속에서 채 1분을 머무르지 못했으며 인생은 마라톤이다 라는 격언을 드디어 쓸 수 있는 자격을 얻었는데,
이렇게 괴롭고 슬프고 힘든데 마지막에나마 좀 뿌듯하고 기쁜 것이 맞다면
마라톤 같은 인생은 너무 우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봄에 얼떨결에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참여하게 된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고
충분한 준비 없이 더 얼떨결에 올해가 가기 전에 풀코스를 완주하게 됐는데
40대가 되기 전에 마라톤 풀코스를 한번 완주해 봤다는 것은 인생에 큰 추억이 될 것 같다.
당장 몸을 가눌 수가 없을 정도로 대미지가 큰데 나는 생각보다 정신력이 엄청나게 강하고 어떻게든 끝까지 가서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뿐이다.
아 그리고 당분간 달리기와 먼 삶을 살려고 한다.ㅋㅋ
(이 글을 작성한 뒤 두 달 정도 지난 지금, 강추위를 피해 러닝머신을 다시 뛰고 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