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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Jan 02. 2022

[그림이야기] 흑 호랑이의 해, 열심히 싸워준 흰소 씨

그림 독학은 3년째 지속됩니다!

오랜만에 그림 이야기를 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스마트 키보드를 구입하면서 브런치를 더 자주 하자고 마음먹었던 것 같은데 되려 글쓰기보단 비싼 스마트 커버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 게으른 것도 원인이겠지만 그림에 더 집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작년, 재작년 모두 그림을 그린 한 해. 그림 그리는 과정은 늘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머릿속에서 나온 그림일수록 표현의 한계를 느꼈다.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된 사실은 한 번이라도 그려봐야 대상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이 소리를 이젠 매 순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또, 내게 맞는 그림 스타일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누군가 알려줬으면 싶을 정도로 그림체를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지금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지만, 요즘에 그린 그림은 던지고 싶을 정도는 아니다.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게 모든 작업물임에도 내 자식처럼 고슴도치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매일 사용하는 스케치 도구들.

옷과 장신구는 안 사도 화구와 문구는 산다. 자꾸 들여다보고 싶고 손에 익을수록 편안해진다. 요즘 생지 가죽에 푹 빠져서 노트 커버와 필통을 바꿨다. 1년 동안 사용한 지우개 길이가 짧아진 것이 영 싫지 않다. 사실 그림 그릴 때 지우개 사용은 적게 하란 말도 있던데, 지우개가 아주 많이 닳아서 뿌듯해하는 것을 보니 나는 딱 그 반대로 그리는가 보다.




2022년 흑 호랑이의 해를 맞아 스케치를 했다. 작년 이맘 때는 쿨한 쥐가 떠나고 소가 배웅하는 장면을 그렸다. 그때도 희망찬 한 해를 꿈꿨던 것 같은데 소가 일 년 사이에 많이 지쳤다. 2021년은 모두에게 조금 혹은 아주 많이 힘들었지 않았나 싶다. 요즘에는 더 심각해져서 아예 밖에 돌아다닐 수가 없다. 그럼에도 그림은 잘 그려지는 걸 보면 인생 최고의 업이 맞는 것 같다.



흑호 ‘범자’.

엄마가 올해 환갑이셔서 엄마의 성함 중 일부를 따왔다. 엄마 덕분에 호랑이 캐릭터는 종종 그려왔으나 진지하게 그려보니 생각보다 더 마음에 든다. 범자의 듬직한 몸매와 강한 인상이 올 한 해를 잘 이끌어줄 것 같다.



나는 깔끔한 선을 좋아한다. 사실 처음에는 세필붓으로 라인을 땄는데 생각보다 깔끔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려워서 라인 펜으로 바꿨다. 사용해보니 라인 펜이 더 그리기가 어려웠지만 익숙해져서 그냥 사용한다. 라인을 그려주니 러프한 연필 느낌이 사라져서 아쉬웠다. 애니메이션 느낌도 난다고 생각했다.




새해 새 마음으로 새 종이를 사용했다. 아주 부드러운 결의 수채화 종이인 [세목]으로 캐릭터들을 표현해본 것이다. 라인을 그릴 때는 종이의 결이 부드러워 한결 편한 느낌이 들었지만, 채색에는 애를 먹기도 했다. 처음 종이를 사용한 것치고는 괜찮은 채색이 되어 그냥 내버려두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수채화의 매력이니까, 그 매력을 더욱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범자는 바통터치를 하고 있다. 그리고 냅다 달리기 시작하겠지.

자신 있게 성큼성큼 나아가는 범자를 보며 희망찬 새해를 그려본다. 부디 올해는 마스크를 벗고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맘껏 만나고 대화할 수 있기를 하며 말이다. 작년 힘든 한 해를 보낸 흰소에게도 수고의 박수를 보내면서 다음 이야기를 기약해본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음 예고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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