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깨달음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by 풍요

폭풍우가 창문을 치대는 시끄러우면서도 불안감을 조성하는 소리에 몸서리치는 것 같은 요즘. 그런 요즘을 겪노라면 과거의 어떤 순간순간이 다시 떠오르곤 한다. 또, 방송 매체라는 좁은 틀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시끄럽고 두렵고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그런 곳인데 반해, 일상은 그저 조용하고 느긋하고 순하기만 하다.


이런 일상의 잔잔함은 늘 주변을 감싸고 아무런 미동 없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자신과 싸우고 머릿속 생각에 갇힌다. 때로는 불면증으로, 우울증으로, 공황장애로 스스로를 옭아맨다.


‘치유’라는 건 전문기관이나 인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나는 타인에 의한 치유보다는 자가 치유에 더 큰 주안점을 둔다. 이유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를 안다는 과정에 스스로를 온전히 맡김으로써 파생되는 수많은 역경과 고뇌에 직면하고 과제를 해결한다.


타인에게 생각과 결정을 위탁하는 삶에서 스스로의 판단과 숙고를 온전히 자신에게 맡기는 삶으로의 전환 과정은 힘들고 고난이 따른다.


망망대해에 혼자 표류하며 온갖 자연현상을 맨 몸으로 맞닥드릴 때마다 좌절하고 눈물을 쏙 뺀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나에게는 건강하게 살고자 했던 몸부림, 타인에게는 응원반 걱정 반이 따르는 이 모든 결정들이 다 나의 선택이고 길인 것을.


어떤 과거의 순간은 손에 땀을 쥘 만큼 아직도 나를 괴롭히고 어떤 순간은 후회로 점철되기도 한다. 물론 어떤 순간은 찬란한 빛으로 발현된다.

이런 찰나가 흩어지듯한 지금, 이 순간을 깨닫는다. 물 흐르듯이 지나간 시절과 순간들이 아로새겨지면서 얇고 맑은 물줄기로 나의 길을 닦아준다. 그 길을 그저 따르며 조용하고 낙관적인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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