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y Italian doctor -2

Dear, My Italian doctor -1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자국의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눈 경험은 별로 없다. 여행자 간 스몰토크는 여행과 날씨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홀로 낯선 땅에 떨어진 어리고 작은 한국인 여성으로, 늦어도 밤 8시면 착실히 숙소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를 만난 건 낮 두 시, 내 또래 직원이 상주하는 천국 같은 라오스 돈뎃의 한 식당이었다. 경계심을 풀고 맥주 한 병을 더 주문했다.


전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는 그는 내 여행 기간이 고작 일주일 이란 사실에 놀랐다. 한국 직장인 중 리프레쉬 휴가나 명절 연휴가 아니고서야 일주일 이상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는 한국 직장은 휴가가 얼마나 되는지, 왜 장기 여행이 어려운지 물었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한국에서의 삶으로 이어졌다.


신입은 월차, 이후엔 연차 15개로 시작. 오전 9시 근무 시작, 공식 퇴근 시간은 오후 6시. 하지만 주 2~3회는 새벽 12시~2시 퇴근. 바쁜 시기엔 주말 출근. 모두 그렇지 않지만 일하는 평범한 청년의 이야기였다. 그는 내 나이, 월급, 연애 경험에 대해 조심스레 물었다. 이탈리아에서 테니스 코치였다는 그는, 본인은 하루 10시간 일하고 살 수 없다며 대화 중간중간 '맘마미아'를 내뱉었다. 정정하고 싶었다. 나는 하루에 15시간 정도 일했다. 10시간만 일했으면 퇴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 만난 사람이라서 그랬을까, 지면에 적기도 피로한 전 직장 상사의 만행을 그에게 일러바쳤다. 그는 '나였으면 상사를 쏴 죽였을 거야'라 화답하며 훌륭한 화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아름다운 29살이 그렇게 사는 건 너무 슬퍼. 나는 너의 이탈리안 닥터야. 처방할게. 회사에 가지 마. 한국 다른 회사도 비슷할 거 같아, 부모의 기대에 맞추지 마. 회사를 그만둬.' 그리고 요리를 좋아한다는 내게 창업 아이템을 추천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추천한 창업 아이템은 비밀로 하겠다.




그해 나는 난생처음 축하받지 못한 퇴사를 했다. 그에게 이미 퇴사한 상태라는 걸 굳이 얘기하지 않았다. 힘겨웠던 그 시간에 있던 나로서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었다. 산더미 같은 볶음밥은 그와 함께한 두 시간 동안 천천히, 모두 비웠다. 퇴사하면 이메일을 보내겠다고 하며 메일 주소를 교환했다. 그는 내 영문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는지, 알파벳 하나하나를 다시 묻고 물으며 이메일 주소를 받아갔다, 그리고 자신의 이메일 주소도 적어줬다. 공책을 찢어 적어준 그 이메일 주소는 내 일기장에 스테이플러로 고정해 잘 간직하고 있다.


세 달이 지날 때까지 아직 그에게 이메일을 보내지 않았다.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은, '퇴사했다, 앞으로 불안하고 자신 없을 때가 많겠지만 당신과의 만남과 대화가 용기가 될 것이다' 정도다. 그가 나를 기억하고 있는지, 내 메일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준비가 되면 연락할 것이라는 것. 적어도 그는 알아줄 것 같다.


우리는 각자 먹은 음식을 계산하고,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솔직히 그와 함께한 두 시간 동안 기가 쪽쪽 빨려서 숙소에 돌아가 드러누웠다. 그럼에도 진심으로 고맙다. 나의 한 페이지가 되어 준 당신에게. 나의 틈을 기어이 비집고 들어와 준 당신에게. 나는 그런 순간을 기다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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