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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Jan 13. 2023

에든버러 - 변함없음에 대한 기대

오랜만에 방문

스코틀랜드의 날씨는 선선하다. 방문한 때에 런던이 폭염으로 해외토픽에 나왔으나 이곳은 역시 선선했다. 선선하다 못해 춥기까지 했다. 늘 그랬지만 한국의 여름 날씨에 의한 관성에 나는 긴 옷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쌀쌀함을 일주일 동안 즐기고 왔다. 다음엔 꼭 긴 옷을 챙기라고 미래의 나에게 메모를 남겼다.


느린 도시

3년 만에 방문인데 변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이렇게 잘 변하지 않는 곳도 있구나

3년 동안 내가 사는 서울 동네의 모습은 꽤나 변했다. 코로나의 여파로 삶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에든버러는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3년 동안 잘 보관해 놓은 거리를 풀어놓았다. 아무도 마스크를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느낌까지 준다. 나도 모르게 마스크를 벗었다.



작가의 도시

글이 쓰고 싶어지는 이유가 있는 도시이다. 왜일까? 왜 작가가 많이 나오는 도시일까? 이유를 찾아본다. 한 가지 생각난 것은 도시가 배경의 역할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도시가 너무 현란하거나 너무 빨라서 나를 압도하지 않는다. 천천히 나에게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주는 배경화면이 되어준다. 많은 사람들이 노트북의 배경화면을 풍경사진으로 해두는 것과 관련이 있으려나 싶다. 자연스럽게 카페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게 된다. 아무래도 마법이 깃든 도시인가 보다.


결국 신라면

솔직히 먹는 것은 문제가 좀 있다. 9일의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먹은 것은 다름 아닌 버거. 한국에서도 수제버거 좋아하는 편이지만 일주일에 하루 먹을까 말까 하는 버거다. 하지만 거의 70프로의 메뉴가 버거류였다.


마늘과 고춧가루에 대한 주기적 섭취를 게을리하면 곰에서 인간이 된 한국인 약정이 파기된다고 한다. 약정을 연장하려는 마음보다 내 속의 느끼함을 잠재울 약이 필요했고, 마트에서 신라면을 구매해 끓여 먹게 되었다. 다시 한국인으로 돌아온 나는 에든버러의 명소 중 하나인 칼튼 힐에 올라갔다.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매력적이다. 잘은 몰라도 변하긴 변했을 거다. 하지만 눈에 잘 띄진 않는다. 정상에 다다를 무렵 비가 왔다. 그래도 4번째 방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산이 아닌 방수재킷을 꺼내 입었다. 대부분 그냥 비를 맞거나 모자를 쓰는 정도이지 우산을 쓰는 법이 없는 스코틀랜드니까.


다음 방문 때는 무엇이 그대로 있을지가 기대되는 도시 에든버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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