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순간을 기억하는 법
호수가 있는 산지에 캠핑을 갔다. 당시는 캠핑이 아주 흔한 일은 아니었다. 큰 맘먹고 준비했다. 텐트도 치고 고기도 굽고 저녁식사가 끝날 무렵 호숫가는 어두워졌다.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검고 따뜻한 하늘이었다. 커피물을 올리고 하늘을 다시 보니 ‘수놓았다’고 표현되는 장면을 만날 수 있었다.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그 감동이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20대의 감성이어서였을까? 더욱 설레던 밤하늘이었다.
‘이 장면을 남겨 둬야겠어.’
나는 폰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잘 찍히지 않았다. 지금의 스마트폰으로도 멋진 장면이 나오기 쉽지 않은 장면이었고, 당시의 스마트폰은 그렇게 스마트하지 못했다. 특히나 야간에는 거의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플래시도 터뜨려보고, 이렇게 저렇게 해보았지만 안 찍혔다.
‘글치야, 이런 멋진 장면은 사진 찍지 마, 마음에 찍어 둬‘
그 한마디에 나는 잊을 수 없는 밤하늘을 기억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찍어 둔 사진 보다 더 선명한 기억을 갖게 되었다.
사진을 찍으면 마음에는 덜 찍히는 걸까? 요즘의 스마트폰으로 찍은 야경 사진도 꽤 있는데, 맛이 좀 떨어진다. 그저
‘아, 여기, 맞아 여기 갔었지.‘
정도의 느낌일 때가 많다.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뇌를 더 풀가동하게 만드는지 알 수 없지만, 정말 행복한 순간에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그 순간에 온전히 젖어들곤 한다. 뭐 나중에 사진이 없다는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아련한 추억으로 자리 잡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