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서 말이나 쌓였나?
구슬이 서 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 말은 약 54리터라고 합니다. 구슬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수만 개에서 많게는 십만 개에 가까운 양일 겁니다. 이 많은 구슬이 아무리 값진 재료라 해도, 꿰지 않으면 보배가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속담은 결국 ‘꿰어야 보배’라는 말로 완성됩니다.
아이디어도 비슷합니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 많아도 구현되지 않으면 가치는 생기지 않습니다. 회의 시간에는 아이디어가 풍부한데, 돌아보면 실제로 마무리된 결과물이 거의 없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꿸 줄을 모르는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필요한 인내와 성실함, 그리고 예상보다 지루한 문제들을 끝까지 감당할 에너지가 부족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벨빈 박사의 팀 역할 이론을 떠올리게 됩니다. 예전에 회사에서 함께 테스트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주로 Plant 성향으로 나왔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관점을 넓히는 역할입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저에게는 즐겁고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설명서에도 나오듯, 현실성과 세부 실행에는 약할 수 있습니다. 구슬은 많이 만들지만, 꿰는 데에는 서툰 편입니다.
벨빈의 역할 중 Implementer는 다릅니다. 계획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데 강점이 있는 사람입니다. 어떻게 꿸지 방법을 세우고, 묵묵히 추진합니다.
또 한 명, Completer Finisher라는 역할도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마무리를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오류를 잡고, 품질을 높이고, 끝을 보게 합니다. 이 사람이 있어야 꿰어진 구슬이 쉽게 끊어지지 않는 목걸이가 됩니다. 보배가 됩니다.
그런데 왜 구슬이 서 말이나 쌓였을까요.
제때 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실현되지 못한 아이디어가 계속 쌓여 재고가 됩니다. 재고에는 항상 비용이 듭니다. 아이디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트렌드에서 벗어나고, 결국 잊히기도 합니다.
‘분명 좋은 생각이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
그래서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일수록 기록하는 능력을 훈련해야 합니다.
혹시 빛을 보지 못한 아이디어들이 쌓여 계신가요.
혼자서 다 꿰어보려고 애써왔지만 잘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꿰는 일에 재능이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팀워크를 이루면 됩니다.
구슬이 서 말이면, 꿰는 건 외주를 줘보셔도 좋겠습니다.
보배가 완성될 겁니다.
팀의 보배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