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는 납니다. 배가 떨어져도

배는 어차피 떨어진다.

by 글치

까마귀가 날자마자 배가 떨어져 오해를 받습니다. 까마귀가 날면 배가 떨어진다는 속담 이야기입니다. 오해를 받았다고 까마귀가 날기를 멈춘 적은 없습니다. 까마귀는 날아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배가 떨어지면 어떡하지, 그런 고민이 될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까마귀는 어김없이 다시 날아오릅니다.


해야 하는 일이 있는 사람은 오해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오해를 만들자는 뜻은 아닙니다. 아무도 나를 오해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흔히들 충분히 설명하면 오해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설명과 이해는 꼭 비례하지 않습니다.


말하는 사람은 사실을 전했다고 느끼지만, 듣는 사람은 감정이나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명이 부족해서일까요. 연구에 따르면 각자가 해석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같은 말을 듣고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의미를 만듭니다. 이해와 오해는 생각보다 쉽게 뒤바뀝니다. 문화와 언어, 경험의 차이는 같은 문장을 전혀 다르게 들리게 합니다. 여기에 표정과 억양, 그날의 감정 상태까지 더해지면, 사실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게 됩니다.


충분히 설명해도
충분하지 않은 것이 설명입니다.



모두를 이해시키겠다는 전제 때문에 우리는 종종 머뭇거립니다. 그럴 바에는 까마귀처럼 날아오르는 편이 낫습니다. 날지 않고 있어도 의심하는 사람들은 늘 있습니다.

“저 까마귀, 배를 쪼아 먹고 있구먼. 나쁜 까마귀 같으니.”


하지만 날게 되면, 날아올랐다는 사실은 분명히 남습니다. 그것은 나에게 성취가 되고, 자산이 됩니다.


저 역시 날고 싶었지만 눈치가 보였습니다.

링크드인에 그동안 업을 하며 배운 점을 정리해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업무도 아니고, 마케팅 부서도 아닌 내가 그런 일을 하면 어떤 오해가 생길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아니, 시간이 남나 보네. 엔지니어가 글을 쓰고 있어. 한가한가 봐.”

“마케팅 부서에서 뭐라도 챙겨 주나 보죠?”

“이직할 때 커리어 쌓으려고 하는 일 아냐?”


몇 달을 고민했습니다.

이런 걸 한다고 월급이 더 오르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

혹시 내가 쓴 내용을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조금이라도 유용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


그렇습니다. 저는 날아야 하는 까마귀였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글을 썼습니다. 두 번째 글도 썼습니다.


일하며 알게 된, 해당 업종에 국한된 꽤나 특수한 지식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셨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며 더 알고 싶다고 말해 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상사 한 분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제 링크드인 계정이 질투 난다고요. 외국인이었는데, Envy라는 표현을 쓰시더군요.

그 말을 듣고 더 열심히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내가 날 때 배가 떨어지면 어떡하지?

그보다 더 심각한 걱정은 이것일 겁니다.


눈치 보다가 날아오를 타이밍을 놓치면 어떡하지?
이렇게 머물러 있다가, 나는 법 자체를 잊어버리면 어떡하지?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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