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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eBloomer May 22. 2019

경험을 풍성하게 만드려면 사진은..

사진 없이 순간을 즐기자

 나는 바다를 참 좋아한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내가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다. 눈으로 보기에는 육지가 바다보다 커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육지보다 바다가 훨씬, 훠어얼씬 더 크고 깊다. 그런 상상력을 자극 해주는 곳이 바다다. 그래서 바다에 오면 이 느낌을 사진에 담아서 고이 간직하고 싶다.  


 하지만 사진의 기술이 점점 발전함에도 그 감성을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라이브포토로도 찍어보고, 영상으로도 찍어보고, 낮에도 찍고 밤에도 찍어도 그저 그렇다. 그냥 바다구나 싶은 사진만 남는다. 내가 사진을 못찍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문득 사진에 담으려는 생각 자체가 문제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가든, 공연을 보든, 소중한 순간을 남기려 하든 사진이나 영상은 그 당시의 느낌을 절반 밖에 전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이유를 몇 가지 들어 본다. 


  

1. 어차피 사진은 찍어놓고 잘 안본다. 감동적인 순간에는 무조건 사진으로 남겨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그 사진도 꺼내 봐야 의미가 있지, 내 사진첩에 많은 사진들이 있지만 거의 들여다 보지 않는다. 그래놓고 새로운 사진들로 핸드폰의 사진첩의 공간만 채워간다.   


2. 당시의 감동은 사진으로 느끼기 힘들다. 앞서 말했듯, 당시의 감동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느끼기 힘들다. 그래서 더 안 꺼내보게 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3. 당시에는 사진으로 남겨야 할 것만 같은 사명감에 불타지만, ‘오오 사진찍어야 해. 빨리 구도를 잡자’ 이런 식으로 사진을 찍고 나면 뭔가 할 일을 다했다는 느낌이 든다. 사진을 안 찍고 느긋하게 즐길 때 그 감동은 더 크고 지속시간도 길어지는 느낌이다. 사진을 찍고 나면 그런게 확 죽는다.   




 그래도 사진은 찍어야 한다. 소중한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남는 게 사진이라는 말이 정말 맞다. 그때의 감동을 떠올리려면 사진이나 영상만한 게 없지 않은가. 지금의 사진우선주의(?)를 경계하고자 이 글을 적었을 뿐이다. 우리의 기억은 점점 옅어지고 결국 사진이 우리에게 기억을 선사해줄 것이다. 대신 순간을 즐기는 의식적 노력도 함께 하자. 인생의 풍요로움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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