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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eBloomer Aug 23. 2019

예림이! 그 패 봐봐

타짜 스포일러 다수 포함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_고니


내 또래 남자치고 이 대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대사를 외우는 사람도 꽤 많겠지. 나도 외우다 못해, 어떤 톤과 높낮이, 빠르기, 표정으로 대사를 치는지 수도 없이 따라 하여 몸에 새겨졌을 정도로 많이 본 대사이다.

얼마 전, 타짜 영화와 만화책을 봤다. 영화는 각색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큰 줄기는 원작과 같다. 여전히 조승우와 김윤석의 연기에 소름이 돋았고, 도박의 욕구가 끓어올랐으며, 비현실적이다 못해 CG 같은 김혜수 몸을 보며 감탄했다. 이 영화를 10번 가까이 본 것 같은데, 이번에는 내 삶에 도움이 되는 교훈을 몇 가지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아 글로 정리해본다.


1.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타짜’에서 손가락을 잃거나, 평생 모은 돈을 잃고 가족과 찢어지게 되거나, 목숨까지 잃는 일은 모두 욕심을 부렸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영화는 러닝타임이 짧아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만화에서는 ‘호구’를 설계하는 방식을 자세히 보여준다. 설계자(김혜수 역)는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돈을 일방적으로 잃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지만, 결국 모든 돈을 잃게 만든다.

‘몰입’의 저자 칙센트 미하이는 사람이 몰입을 하는 최적의 조건이 내 능력보다 너무 낮지도 너무 높지도 않은 적당한 난이도라고 말한다. 설계자는 그 점을 이용한다. 돈을 한 번에 확 잃거나, 따게 만들면 몰입이 안된다. 잃어주기도, 따기도 하면서 야금야금 판돈을 잡아먹는다. 중요한 점은 한 끗 정도의 차이로 근소하게 돈을 따서, 조금만 더 하면 딸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돈을 잃어간다.


꼭 도박이 아니더라도 인생에 일확천금, 요행을 필요한 일은 많다. 자본을 차근차근 쌓지 않고 비트코인이나 주식으로 한탕을 노린다거나, 실력을 꾸준히 쌓지 않고 귀인이나 만나서 인생 역전하게 되는 것 바란다거나. 뭔가 ‘한 방’으로 인생을 뒤집기를 바라는 ‘욕심’을 부리게 된다. 실력에 자신이 없어서 생기는 일이다.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 똥패를 들고 배팅을 할 수 있는 것은 도박판에서나 가능하다. 내 패가 두 끗, 세 끗이면 적어도 여덟, 아홉 끗으로는 만들어야 승부가 된다. 인생은 도박이기보다 정정당당히 쌓아온 내 패를 가지고 내는 승부다.


2. 여자 때문에 패가망신한다(남자 한정)

 남자로 살면서 억울한 점이 있다면, 여자에 비해 성적인 유혹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이 점을 인정하기 싫었다. 여자도 같은 성욕을 가지고 있으니까 지금껏 번식(?)이 가능하지 않았겠는가. 여자도 바람을 피울 수 있고, 단지 성욕을 위해 낯선 남자와 몸을 섞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찰청 범죄통계(2014)에 의하면 성폭력 부문만 봐도 여성:남성 피해 비율이 95:5 정도이다.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남자가 여자보다 더 성충동에 취약하다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영화에서는 고니나 고광렬이 한 여자, 또는 두 여자 정도만 거치고, 그마저도 순정적인 아름다운 사랑으로 그려낸다. 하지만 원작에서는 이 여자 저 여자 탐하고 남의 여자를 탐하고 매춘을 한다. 남의 여자를 욕심내다 큰 코 다치기도 하고 여자 때문에 돈을 다 잃기도 한다. 돈의 욕심도 크지만 이성에 대한 욕구 또한 꽤나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상황에 처해도 남자가 더 불리하다면, 여자보다 훨씬 자기 절제에 힘쓰고 유혹을 피해 다녀야 하지 않을까. 욕정에 눈이 멀어 자신의 신세도 망칠 수도 있지만, 여자의 평생의 일생도 망칠 수 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3. 운칠기삼

 "화투는 운칠기삼이야. 운이 70이고 기세가 30이야. 그런데 기세라는 게 곧 돈이거든”


‘타짜’에서 호구의 대사다. 어디 화투뿐이겠는가. 우리의 삶도 ‘운’이 매우 크게 작용한다. 고니가 주인공 버프를 받아서 전국적인 타짜 ‘아귀’를 이길 수 있었지, 운이 없었으면 아귀를 만나기도 전에 곽철용 손에 죽었던지, 평경장의 제자도 되지 못하고 거렁뱅이 신세가 되었던지, 기술을 쓰다 걸려서 손목이 잘리든 했을 테지. 운이 좋아서 평경장과 우연히 같은 하우스에 있어서 그의 제자가 될 수 있었고, 운이 좋아서 곽철용과 두 번이나 싸웠는데도 살아남고 (심지어 차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몇 번이나 뒹굴었는데), 운이 좋아서 아귀가 고니 손에 있는 패가 아니라 정마담 패(사쿠라)를 먼저 뒤집지 않아서 속임수에 넘어갔던 것이다.


 우리는 고니가 주인공이라 어떻게는 살아남아 권선징악을 구현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은 영화가 아니다. 웬만해서는 주인공 버프가 발생하지 않는다. 결정론적 사고방식, 즉 모든 것은 예측할 수 있고 정해진대로 흘러간다는 낡은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인생은 ‘운’이 크게 작용한다.

그런데 호구가 뒤에 뭐라고 했나. 운이 7이면 기가 3이라고 했다. 나는 여기서 ‘기’가 곧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실력만 있다고 모든 걸 내 계획대로 할 수는 없다. 운만 있어도 결국 실력이 없으면 들통나게 되어있다. 항상 뽀록을 노릴 수는 없다.


 도박에서 실력 있는 사람은 죽을 때 죽을 줄 알고, 배팅할 때 배팅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것이 도박에서의 실력이다. 가끔 한 끗이 나올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장땡이 뜰 수도 있다. 한 끗이어도 잘만 활용하면 장땡을 이길 수도 있고, 장땡을 잡고도 돈을 다 잃을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운이 7까지는 되나 싶지만, 운이 떴을 때 그 운이 행운이면 접점을 늘리고, 불운이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실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업에서 무시받지 못할 능력을 갖춰야 함과 동시에 여러 교양을 쌓고 관계도 잘 다지고 여러 준비를 미리미리 해둬야 한다.



결국 욕심을 버리고 개미처럼(뚠뚠) 열심히 실력을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평경장 어르신의 대사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하겠다.



"타짜의 세 번째 원칙… 욕심부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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