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각자 크든 작든 목표를 가지고 살아간다. 작게는 시험에서 원하는 성적을 얻거나 취업을 하는 것에서부터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을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다. 원하는 바가 없는 사람은 없고, 구체적이지는 않을지라도 그에 따르는 대략적인 계획들이 존재한다. 워라벨이나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사람은 공무원이 되기를 원할 것이고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일을 많이 도전할 것이다.
목표가 있다고 모두가 그 목표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목표를 위해 포기해야 할 것과 지킬 것을 구분하고 꾸준히 집중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은 매우 어릴 때부터 깨닫는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끝이 있던가. 끝없는 욕심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다 하면서 원하는 삶도 살기를 바라는 실수를 반복한다. 유명한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은 말만 유명했지 실제로 제대로 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선택은 다른 말로 ‘포기’이다.
내가 좋아하는 예능이나 유튜브를 포기하고 지금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퇴근 후에 친구들과의 술 약속을 포기하고 독서, 운동, 영어(자기 계발 삼대장)를 꾸준히 한다. 달콤한 간식을 포기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하지만 포기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유혹에서 자유로워 보이는 사람들이 간혹 있기는 하다. 그런 사람을 지켜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 사람들이 유독 유혹을 잘 이기는 성향이거나 수도승 같은 삶을 타고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애초에 유혹을 ‘피한다’. 성경에서도 예수님은 유혹과 싸울 힘을 주시지 않고 유혹을 피하라 말씀하신다.
당연한 말 같지만 이 당연한 말을 삶에 체화하고 습관화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유혹을 피한다는 것은 적절한 환경설정을 한다는 것과 동일한 표현이다. 공부에 집중하려면 도서관에 가야 한다. 일을 집중 있게 하려면 업무 시간에 딴짓(스마트폰, 인터넷, 유튜브)을 하지 말아야 한다. 운동이나 영어, 독서를 습관화하고 싶으면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노력하는 모임에 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나 자신’을 절대 믿으면 안 된다.
개인적 경험을 짧게 나누자면, 나는 프로그래밍을 독학으로 익히는 중이다. 독학을 시작한 시간이 짧지 않지만 실력은 기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공부 습관이 전혀 잡혀 있지도 않았고, 옆에서 같이 자극을 받으며 동기를 끊임없이 부여해주는 동료도 없었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너무나 굳게 믿고 있었다. 누구나 처음 시작은 불타는 마음을 가지고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을 지속시킬 환경이 제대로 구성되어 있지 않으면 3일도 가지 않아 차게 식어버린다. 나 또한 첫 시작은 매우 열정적이었지만 그것을 지속시킬 환경이 전혀 아니었다. 슬럼프에 빠지면 거기서 건져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었기 때문에, 한번 방황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추락하고 만다.
지금은 슬럼프에 빠져도 예전보다 금방 빠져나온다. 여러 노하우가 생기기도 했고 의지력도 강해진 탓도 있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환경설정을 최대한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기부여 글과 영상을 자주 보고, 책을 읽고 성장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런 모임에 자주 참석하여 나 자신을 북돋운다. 마치 접시 돌리기를 하는 것처럼, 떨어질 것 같을 때 균형을 유지해주는 어떤 힘을 계속해서 공급해준다.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환경’은 뭐니 뭐니 해도 ‘독서’이다. 그리고 ‘빡세게 독서하는’ 사람들이 있고 성장하는 커뮤니티인 ‘졸꾸러기’(졸려도 꾸준하게 하는 사람들) 커뮤니티에 속해 있는 것이다(모르는 분들은 졸꾸러기를 검색해보시길). 나태해지다가도 나를 자극해주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며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나도 그 그룹의 일원이라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곤 한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습관을 유지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체성’을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나 자신을 ‘어떠어떠한 사람’이라고 정체성을 정의한다면 노력하지 않아도 그 일을 지속할 수 있다. ‘담배를 끊어야지’가 아니라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야’라고 정체성을 규정해버리면 그것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가 어렵다.
매주 최소 한 편의 글을 쓰고, 한 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써 올린다. 이것이 내 정체성이고 이 정체성이 계속 성장하고자 하는 내 정체성을 더 공고히 해준다. 직접적으로 내가 준비하는 것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지만 이 꾸준함이 나에 대한 믿음을 유지시키며, 그 믿음이 나를 변화시킨다.
호랑이가 되려 혼자 애쓰기보다 호랑이굴에 몸을 던진다. 호랑이와 같이 먹고 자고 살며 호랑이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