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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직은 Jan 21. 2022

하다 보니까

이야기 #3  못 그려도 괜찮아

사실 난 그림을 아주 잘 그리지 못한다.

그냥 그림체가 예쁘다는 말을 들은 정도.

딱 그 정도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다 보니 늘 펜이 쥐어졌기에 쓱쓱 그리며 살기는 했지만 캐릭터는 어렸을 적 인형 그리기가 전부였었다. 


설계 디자인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고

무슨 그림이건 나보다 잘 그리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그림 실력이 좋으면 더없이 좋지만 스토리가 그림실력을 보완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은 스토리에 대한 열망이 생기다 보니 잘 그리지 못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고개를 끄덕이게 할 내용의 말풍선이 풍성하다면.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한컷으로 그린 그림이지만 그곳에 내 생각, 내 마음이 담겨있었다.

무엇이 되려는 마음보다 그냥 무엇을 하니 작은 나만의 기록이 생긴다.

그리고 아... 그랬었구나.. 이렇게 지내며 오늘까지 왔구나.. 하는 작은 대견함이 선물로 찾아온다.





2017년은 50대의 중반.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릴 수 없는 나이가 50대인 것 같다.




힘든 가운데 가장 힘든 건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금전적인 것이었고,

자존감이 내려가기 시작했던 나이였고,

여기저기 튀어나오는 증상들에 이게 내 몸이었어? 하게 되는 나이였다.

 


해야 하는 일도 외면하고 싶어지고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걸까? 싶어지는

하지 않아도 별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버린 나이이기도 하다.






그리고 에너지가 자꾸 어디론가 사라지는 나이였다.






몸이 훌쩍 커버린 만큼 생각도 자란 아이들은 엄마의 곁을 벗어나고 그즈음 늘 희망이가 곁에 있었다.





돌아서기 무섭게 털을 뿜 뿜 하는 녀석이지만,

이 녀석의 산책으로 나의 산책이 포기되기도 하지만,

희망이의 존재가 갱년기의 우울함을 벗어나게 해 준 듯하다.








아이들이 등장하는 것보다 희망이가 더 많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나의 곁에 희망이가 든든하게 있음을 알게 된다.





















지금 생각하니

잘 그리고 못 그리고의 문제가 아닌 듯하다.

나의 생각을 그리고,

나의 마음을 그리는 것.

그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다보니까_웹툰  #못그려도괜찮아  #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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