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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직은 Jan 18. 2022

하다 보니까

#2  - 일상을 그림으로

아침 일기는 그림과 함께 쭈욱 이어졌다.

살면서 믿는 것 두 가지가 있다.

일과 공부.

일과 공부는 노력한 만큼 돌아온다는 것.



내가 아무리 잘하려 해도

현장에서 노무자들의 손이 곱지 않다면

나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도 하고,

또 그들보다 잘 알지 못하면 그들의 편의대로 휘둘릴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남의 손을 빌지 않고 

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에 목이 말랐다.


2014년은 동그라미에 눈, 코, 입이 그려졌다면

2015년은 조금 더 선이 고와졌다.

시간이었다.

하루에 선이 하나씩 더 그어졌으니 고와지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이렇게 프로필도 정성 들여 바꾸고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해보기도 하고


그림은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파악하게 해 주며

나에게 집중하도록 해주었다.



맛있게 먹은 것이 있다면

기억을 해두고 만들어 보면서

이런 일상도 기록할 수 있게 해 주고.



고급 명란젓을 보내준 후배가

고마워서 그림과 함께 식사 준비 사진과 함께 보내주며

선물을 보내준 사람을 잊지 않게 되기도 하고



50대를 살면서 변하고 있는 생각과 몸에

적응하는 나의 모습도 기록했다.


가족 때문에 힘든 건 

어디에 흉도 못 보니

그림에다 하소연하고



점점 멀어져 가는 친구에 대한 소중함도 

그리고




아이에 대한 기억도 떠올리고


일상에 대한 감사함도,


걱정도,



특히 당황했던 몸의 변화..


커피를 마신 후 남은 커피로

쓱쓱쓱.


정성으로 그릴 때도 있지만



손이 가는 대로 편하게

노트에 쓱쓱쓱..


이렇게 2015년, 2016년은 그림이

변화하는 나의 몸과 마음에 적응하게 해 주었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며 나를 표현해준 그림.

그림은 치유의 힘이 있었다.

그래서 50대에 불어닥친 세찬 바람을 견뎌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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