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공감하기 - 다큐멘터리 ‘차별’
“여러분들은 부끄러운 존재가 아닙니다! 일본인으로서 내가 부끄럽습니다“
아아 우리는…그리고 나는.
단단히 각오를 하고, 당당하게 마주했지만..결국 울고 말았다. 눈물이 목소리 보다 빨리 움직였다.
어째서…무엇때문에 한민족 한핏줄이라는 말 앞에서 ‘차별‘이란 깊은 흉터를 만들어야만 했는가.
이데올로기라는 프레임으로 우리는 왜 이렇게 잔인해야만 했는가. 묻고 또 묻고…또 물을 수밖에 없어 눈물이 났다.
인연의 시작은 시간을 한참 거슬러야 했다,
2008년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 재일제주인 연극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몇 번이고 ’고향 제주‘를 찾고 싶은 마음이 무너지고 또 무너졌던 사연을 가까이 살피며 많이 아팠었다. 일본에서 끝내 제주에서 그를 만나고 한참을 울었었다.
그 가운데 알게 된 ‘연극하게 된’사연도 매웠다. 하고 싶은 일은 가로막혀 있었고, ‘할 수 있음’의 선택지도 작았다. 북으로 간 아들과 남에 남은 딸 모두를 위해 조선적으로 살다 생을 마감한 해녀 양의헌 할머니의 기구한 삶을 알고 더 했다. ‘할 수 있는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이게 그렇게 아픈 말이었던가.
제주 출신인 극단 달오름 김민수 대표와 딸이자 배우인 강하나 양, 어머니 김창생 선생님의 호흡은 이런 관심을 내려놓지 못하게 했다.
-‘조선학교 아이들의 배울 권리를 위해,
이 싸움 끝까지‘
재일동포와 조선학교 학생들의 고향이 경상도 다음으로 많은 지역이 제주도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 제주4.3 항쟁의 피바람을 피해 낯선 땅을 택한 사람들의 3.4세의 오늘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알면서 무엇을 했나. 그 질문 앞에서 버텨보려했지만, 약했다.
사실 처음 김민수 대표와 하나의 얼굴을 보는 순간부터 울었다. 그냥 눈물이 흘렀다. ‘항로-제주, 조선, 오사카‘때도 그랬다. 더 설명할 말이 없어서, 더 해주지 못해서 눈물만 쏟았다. 겨우…그걸 했다.
일본 내 해묵은 재일조선인 차별 문제는 단순한 갈등을 넘어 인권 문제로 고착화했다. 2010년 일본에서는 모든 고교 교육을 무상화하는 정책이 도입됐다. 그 대상에는 현지 교고는 물론 외국인 학교까지 포함됐지만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계열인 조선학교는 배제됐다.
조선학교에 주어지는 무상 지원금이 친북 성향의 조선총련 등에 의해 유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제외 이유였다. ’조국‘을 배우고 싶어했던 학생들이 그리고 그 아이들을 지키고자한 어른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조선학교를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한 조치는 정치적 이유에 근거한 처분이자 재일 조선인 사회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고 맞섰다.
2017년 오사카 지법은 1심 판결에서 조선학교의 손을 들어줬으나, 원고들의 청구는 최고심인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모두 기각됐다.
다큐멘터리 '차별'은 일본 고교 무상화 정책에서 제외된 조선학교의 법정 투쟁 현장을 영상에 담고 있다.
“세계가 변화하는 지금 당신들은 왜 공격의 창끝을 아무 죄도 없는 아이들에게 겨누는 것입니까?”
“負けないと” “넘어뜨리면 일어서면 됩니다”
배제의 논리, 차별의 여론 속에서 들릴 때까지, 들어줄 때까지 ‘목소리’를 내겠다는 모습에 다시 눈물을 훔쳤다.
내 기억에 이들을 거리로 나서게 했던 시대착오적 기준이 동일본대지진 복구 과정에서도 뼈를 때렸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 있어도 없는 학교에 대한 지원은 사각에 놓였었다.
‘몽당연필’을 통해 조선학교의 투쟁을 응원했고 동일본대지진 피해를 돕자는 목소리도 공유했었다. 작은 물방울도 한 방향으로 모여 흐르면 바다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한 일이었지만, 바다는 멀었다.
보고 있지만 보이지 않은, 그러나 보려고 하면 보인다.
그 어느 나라로 부터도 인정받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나라’를 알게 하는 일은 ‘언젠가’ 하고 미뤄둘 수 없는 부분이다. 일본 내 심각한 사회문제인 해이트 스피치가 공론화된 첫 사례도 재일한국인을 향한 무차별적 혐오였다.
극 중에 등장하는 극단 달오른의 ‘치마저고리’에서 비수처럼 쏟아지던 단어들 중에 ‘무관심’과 ‘외면’이 가장 아팠다.
…“이렇게 당연한 일이 이렇게나 오래 걸리다니…”
조선학교의 외로운 싸움으로 보였던 소송에는 재일 교포들은 물론 현지 시민단체와 변호사들이 대거 결합하며 일본 사회 내 관심으로 이어졌다. 쉽지않은 소송을 이끄는 변호인단의 대표는 ‘일본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음’을 숨기지않았다. 정작 우리나라는 미동 수준이다.
이 다큐가 스크린에 걸리기까지 수년에 걸쳐 지원을 받기 위한 노력이 있었음에 숙연해졌다.
이날 상영관 객석에는 나를 포함해 3명의 지지자가 숨죽여 응원했다. 이게 전부일리 없다. 이 마음이 들불처럼 조금씩 번지길 바래본다.
'지혜있는 자는 지혜를, 돈이 있는 자는 돈을, 힘이 있는 자는 힘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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