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아닌 ‘삶권’지키기의 의미

지역력 탐구생활 : 숲에서 배우는 '사는' 지혜

by 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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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플레이스 근처에서 ‘일’을 하다


일하는 공간이 핫플레이스라는 것은 여러 의미로 즐겁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심심할 틈 없이 이런저런 일이 생기고 사람들이 오고 간다. 그보다는 일터인 탓에 그 모든 것을 누릴 수 없다는 점이 늘 아쉽다.

그렇게 세 번째만에 들른 제주 생산자 마켓. 봄 시장이라는 우리말 표기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초촉초록하거나 그렇다고 화사한 꽃 장식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대형 제조사나 유명 브랜드, 기존 상권들의 사이에서 꾸준하게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는 ‘로컬’상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래서 주섬주섬 하나라도 더 챙기려고 종종거리다 가족 선물을 고르는 관광객들의 대화에 귀가 끌려버렸다.

정신 차리고 보니 열심히 판촉이란 걸 하고 있는 나를 본다.

“혹시 어떤 분께 드릴…” “언제 돌아가세요?”…

“이 제품은 정말 건강하게 만들어서~”

“요즘 제주에서 꽤 핫해요. 다음엔 전용공간에도 꼭 가보세요”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떠들다…돌아왔다. 다들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 극I 성향이라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어쩌다 그런 용기가, 아니 오지랖을 펼쳤는지 모를 일이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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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경기, 그리고 ‘로컬’로 사는 법


로컬, 제주 로컬 팀들의 공간이다.

예전 유사한 형태를 봤었다. 어느 지역의 로컬푸드 판매장 공동매대와 비슷했다. 빈 자리는 알아서 챙겨야 하는 구조인 듯 보였다. 아마도 마켓을 꾸리면서 자체 관리 등의 기준을 설정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옆에서 보기에 안타까운 장면이 속출했다.

그때그때 잘 만 채웠으면 몇 박스 더 팔 수도 있었을 텐데 그것을 살피는 사람, 팔려는 사람이 없다. ‘주말 탓인가’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덜어내기 어려웠다. 가뜩이나 힘들 때, 로컬로 버티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속출하는 때여서 더 그랬다.

소비심리 위축과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인한 내수부진 장기화는 관광지 도시인 제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배후시장 영향으로 불황에 취약한 구조적 한계가 있지만 경기에 관계없이 창업은 꾸준하다. 하나 더 살펴야 할 것은 ‘1인 기업’의 영역이다.

제주는 유독 ‘나홀로 사장‘이 많다. 우선 해녀와 개인택시 운전사 등이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영향이 크다. 타시도에 비해 열악한 취업 환경과 창업 부추기는 분위기, 상대적으로 진입 용이한 시장 사정, 고령화로 인한 자연감소 등등이 맞물리며 창.폐업 부침이 심하다.

지난달 나온 정책 관련 자료의 접근이 어딘지 아쉬웠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용역 자료를 분석할 거라면 ‘제주지역 경기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소상공인 폐업이 크게 늘고 있다’는 일반적인 접근보다 경기침체의 원인과 코로나펜데믹을 전후한 환경 변화까지 찬찬히 살폈으면 어땠을까..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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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적 한계 보다 먼저 넘어야 할


정리해 보면 최근 수익상 악화로 인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타 시도 대비 심각한 제주와 강원도는 ‘관광업’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25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 에 따르면 강원·제주권에서 폐업한 소상공인 사업주 가운데 83.8%가 폐업 원인으로 수익성 악화와 매출 부진이라고 답했다. 특히 수익성 악화 및 매출 부진의 원인으로 67.7%가 ‘내수 부진에 따른 고객 감소’라고 답했다. 빤해 보이지만 같은 문항에 전국 평균 52.2%가 동일한 답을 했다는 걸 감안하면 체감 정도는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는 구조상 관광업 중심의 숙박·음식점업 소상공인이 많아 소비침체 시 매출 타격이 타시도보다 심하다. 문제는 이 상황이 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목할 부분은 매출 부진의 원인(중복응답} 1순위가 인건비 상승(46.8%), 두번째는 과도한 금융비용 부담(41.9%)이라는 점이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원재료비 부담(40.3%)이 그 다음이다.

폐업한 사업체의 월 매출액으로는 1000만원 이상~3000만원미만(29.7%), 500만원 이상~1000만원미만(18.9%), 500만원 미만(17.6%)순으로 응답했다.

평균 월 매출액은 4362만원으로 전국 5개 권역 중 가장 낮았고 전국평균(5062만원)도 크게 밑돌았다.

아마도 이 수치는 지난 연말 이어졌던 큰 사건사고(불법 계엄, 제주항공 참사 등)의 여파로 더 낮아졌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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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을 움직여야 산다


한국신용데이터가 발표한 '소상공인 데이터 인사이트-주류 매입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음식점 주류매입액 평균은 약 137만 원으로 전년 동기(약 145만 원)보다 5.5% 감소했다.

주류매입액은 지난해 1~2분기 142만 원대에서 3분기 139만 원, 4분기 137만 원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연간 월평균 주류매입액은 약 139만 원으로 2023년 대비 2.7% 감소했다.

경기침체보다 소비심리 위축이 더 크게 작동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소상공인연합회 진행 조사를 살피면 응답자 1630명의 88.4%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으며 36%는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고 응답했다.

이 사정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실물경제 동향에 따르면 2월 제주지역 소비자심리지수(CSI)는 88.1로 전국평균 95.2를 크게 밑돈다. 전망지수 역시 낮다,

내국인 관광객 감소 여파로 신용카드 사용액도 9.5% 감소했다. 지난해 말 1.1%까지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률도 1.6%로 올라 가뜩이나 힘들어진 가계부 사정을 욱죄고 있다.

한국은행의 경제심리지수(ESI) 역시 지난해 7월 93.6에서 12월 90.2로 하락했으며 올 2월 87.3까지 떨어졌다. ESI가 100 미만이면 기업과 가계 등 모든 민간 경제주체의 경제 심리가 과거보다 악화됐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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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너머 산, 그러나 살아남을


이제 6월까지, 이어서 내년 6월까지 선거 변수까지 작동한다. 나라 안 사정만 이렇다. 대외변수가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예측불가능한 변수가 움직일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

다시 돌아와 첫 자료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폐업 결심 시점 기준 부채액(9039만원), 폐업비용(1600만원) 등이 전국 권역 중 가장 낮다는 점이다. 폐업때 가장 필요하고 확대되어야 하는 정부 정책(복수응답)은 정부의 폐업 비용 지원(58.1%), 대출금에 대한 상환유예·이자감면(51.4%),폐업 이후 진로(재창업·취업)를 위한 지원(50%)이었다.

창.폐업이 용이해진 환경은 임대료 등이 이미 견고한 기존 시장.상점가의 공동화와 주변 신규 시장 형성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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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을 이룬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와 마찬가지다. 척박한 환경에서 나무들은 깊게 보다 넓게, 그리고 필사적으로 곁뿌리를 내며 버틴다. 거기에 기존 뿌리들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새로 나무를 심는 건 불가능하다.

풍성한 숲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서 다시 새 환경에 맞는 다른 수종이나 어린 나무가 심어진다. 깊은 숲까지 가지 않아도 꽃나무, 과실수 등을 즐길 수 있게 되고, 그 모습이 좋아보여 자꾸만 늘어난다.

직접 나가 즐길 여유도 없는 이들은 집안에 들일 수 있거나 눈으로 봐도 좋을 이유를 찾는다.

곳곳에 환경 보호, 환경 개선을 내건 ‘숲‘이 계속 조성되는데, 깊은 곳까지 찾아가야 할 명분은 점점 약해지기만 한다. 유지해야 할 것도, 보완 개선해야 할 것도 계속 늘어난다. 숲이라 이름붙인 곳들을 골고루 잘 가꿔야한다고 말을 하면서 체계적 조사나 연구 없이 나무 수, 수세 상태 등만 대충 듣고 한결같이 영양제 같은 처방을 한다. 원래 숲은 생명력의 상징이었는데 말이다. 억지로 짜맞춘 생태지도가 독이 되는 사례도 본다. 제때 맵이 만들어지지 않아 소멸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일도 있다.

그래서 사정이 안 좋아진 숲은 밀고 다시 조성하는데 힘을 쓴다….어딘지 익숙한 흐름…이다.

정리하면 경기침체 여파는 아직 더 견뎌야한다는 것과 창업은 ‘대표 명함‘이 아니라 ’버티는 힘‘ ’버틸 각오‘라는 현실이다.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든 숲을 봐야 한다. 숲이 만들어 지는 과정에서 생명력이 만들어진다. 억지로 일으켜 세우고 좋은 것만 가져다 치장할 일이 아니다. 창작 공간, 실험무대가 아니라 삶권으로 봐야한다.



#몸_힘들어서 #뾰족해짐 #글 끝도 #뾰족

#자료 읽기 #힘들어 #나아질거라_믿어_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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